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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 수면장애 신약 '수노시' 미국 허가(종합)

강경훈 기자I 2019.03.21 17:44:48

신약개발 도전 26만에 첫 결실
시장 규모 3조원 이상…1위 제품보다 약효 우수
최 회장 뚝심…성과 안 나도 전폭 지원
26년 축적 노하우 '중추신경계 치료제' 성과 기대

SK바이오팜 연구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사진=SK바이오팜 제공)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신약으로 30억 달러(약 3조 4000억원)의 수면장애치료제 경쟁에 본격 뛰어든다. 신약개발에 도전한 지 26년 만이다.

미국 재즈 파마슈티컬스는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신청한 수면장애치료제 ‘수노시’(성분명 솔리암페톨)가 승인을 받았다고 20일(현지시각) 밝혔다. 이 약은 SK바이오팜이 1999년부터 개발에 들어가 후보물질도출과 임상1상을 마친 뒤 2011년 기술수출했다. 재즈는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주요 12개국을 제외한 솔리암페톨의 글로벌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재즈가 수면장애 환자 8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3상 시험에서 주간 졸림증을 현저히 개선하는 효과를 냈으며 환자의 주관적인 졸림 정도도 재즈의 기존 치료제인 자이렘보다 2배 이상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다.

업계에 따르면 수면장애치료제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30억달러(약 3조 4000억원)에 이르며 매년 6~10%씩 성장한다. 업계에서는 재즈의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이라면 수노시가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참고로 자이렘의 지난해 매출은 14억 달러(약 1조 5800억원)였다.

재즈가 수노시를 출시하면 SK바이오팜은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받게 된다. SK바이오팜은 판권을 가진 아시아 12개국에서도 순차적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수노시는 SK바이오팜에게 상용화까지 마친 첫 제품이라는 의의가 있다. SK 그룹은 1993년 대덕연구소 안에 신약개발연구팀을 만들며 신약개발을 시작했다. 대다수 국내 제약사가 복제약으로 국내시장에서 경쟁할 때 SK는 처음부터 신약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FDA 임상승인을 받은 첫 국산 약 기록도 SK가 가지고 있다. 주인공인 항우울제 ‘YKP10A’는 2000년 글로벌 제약사인 얀센에 기술수출됐다. FDA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가장 많이 받은 국내 제약사도 SK바이오팜이다. SK바이오팜은 FDA로부터 총 16개의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R&D 노하우가 쌓인 만큼 SK바이오팜의 신약개발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한다. SK바이오팜은 중추신경계와 항암제에 주력하는데 현재 공개한 신약 파이프라인이 8개로 대부분 중추신경계 치료제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수노시에 이어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것은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다. 이 약은 임상3상을 마치고 지난해 말 FDA에 신약허가신청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로 이르면 올해 말 허가를 받아 2020년 상반기 미국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세노바메이트가 FDA 승인을 받으면 국내 제약사가 한 해에 두 건의 FDA 허가를 받는 첫 케이스가 된다. 이외에도 희소질환인 레녹스-가스터증후군(소아뇌전증의 일종), 조현병, 파킨슨병, 조울증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SK바이오팜이 변변한 매출 없이 26년간 연구·개발(R&D)에 집중할 수 있던 데에는 최태원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가장 컸다는 평가다. 최 회장은 1998년 회장직에 취임하면서 R&D에 힘을 실어줬도 수 십년을 투자해도 성공이 보장되지 않지만 성공하면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신약개발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했다. SK바이오팜이 지난해 연구개발에 투입하는 금액은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를 매출 없이 투자한다는 것은 최고위 경영층의 의지 외에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제약·바이오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수차례 내비쳤다. 2017년에는 의약품 위탁생산(CMO) 전문인 SK바이오텍이 아일랜드 BMS의 의약품 공장을, 지난해 7월에는 미국 의약품 위탁개발 및 생산(CDMO) 전문인 엠펙을 인수해 아시아, 유럽, 미국에 의약품 생산거점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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