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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세월호 침몰 뒤 침실서 상황 파악…최순실과 대책 논의(종합)

이승현 기자I 2018.03.28 17:18:42

檢, 골든타임(10시 17분) 지난 22분 안보실장과 첫 통화
장관·수석 아닌 최순실 및 문고리 3인방 등과 대책 회의
당일 본관 출근않고 관저 머물다 오후 4시 33분 중대본 출발
檢, “골든타임 전 대통령 보고·지시 가장 위해 시간조작”

지난 21일 전남 목포신항에서 세월호를 모듈트랜스포터(MT)에 실어 부두 수평 방향으로 재배치한 후 작업자들과 유가족들이 선체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윤여진 기자] 박근혜(66) 전 대통령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구조가능 시한(골든타임)으로 파악된 ‘오전 10시 17분’ 보다 늦은 10시 22분쯤 청와대 관저 침실에서 상황을 인지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은 참사 당일에도 청와대 본관에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 계속 머물다 오후 2시 15분쯤 방문한 최순실(61)씨 및 문고리 3인방과 회의를 한 뒤 오후 4시 33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출발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는 세월호 사고 당일 대통령 첫 보고시각 조작 및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대통령 훈령) 불법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의뢰 및 고발사건에 대해 이러한 내용의 수사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이른바 ‘세월호 7시간’ 동안에 박 전 대통령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뒤 원론적 차원의 구조지시를 내리고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이 아닌 비선라인과 논의해 판단했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검찰에 따르면 청와대 국가안보실 산하 위기관리센터는 당일 오전 9시 19분쯤 언론사 TV 속보를 통해 세월호 사고를 인지한 뒤 9시 57분쯤 ‘상황보고서 1보’ 초안을 완성했다. 오전 10시쯤 1보 초안을 전달받은 김장수 당시 안보실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사고 내용을 보고하려 했지만 받지 않았다. 이에 김 실장은 안봉근 2부속비서관에게 전화해 ‘대통령에게 보고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요청했다.

전령업무 담당 상황병은 위기관리센터에서 청와대 관저 인수문까지 뛰어가 오전 10시 19~20분쯤 관저 경호관을 통해 내실 근무자에게 보고서 1보 초안을 전달했다. 이 근무자는 박 전 대통령의 침실 앞에 있는 탁자 위에 이 보고서를 올려두었다. 박 전 대통령의 조사 거부로 박 전 대통령이 실제 이 보고서를 읽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와 별도로 안 비서관이 김 실장에게 전화를 받은 후 2부속실 소속인 이영선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 관저의 내실로 들어가 침실 앞에서 여러 차례 대통령을 불렀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이 소리를 듣고 침실 밖으로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국가안보실장이 급한 통화를 원한다’는 안 비서관의 보고를 받고 오전 10시 22분쯤 김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 전 대통령은 김 실장에게 전화로 세월호 사고 소식을 듣고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박 전 대통령은 또 오전 10시 30분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구조지시를 했다.

그러나 이 시간은 이미 세월호 선체가 침몰해 탑승객 구조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에도 청와대 본관으로 출근하지 않고 계속 관저에 머무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다가 오후 2시 15분쯤 최순실씨가 이른바 ‘보안손님’으로 오후 2시 15분쯤 청와대 관저를 방문했다. 박 전 대통령은 관저 내실 안의 회의실에서 최씨 및 정호성·이재만·안봉근 비서관과 세월호 사고 회의를 하고 중대본 방문을 결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중대본에 가야한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안보실 관계자나 수석 등 공식적인 보고라인을 통해 의견을 받지 않았다. 대면보고도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 오후 4시 33분쯤 김기춘 비서실장 등과 함께 관저를 출발해 5시 15분쯤 중대본에 도착했다. 그는 중대본 방문 후 청와대에 오후 6시에 복귀한 뒤로도 계속 관저에 머물렀다.

(자료=서울중앙지검)
당시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10시 안보실에서 서면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에 대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탑승객 구조가능 시한을 오전 10시 17분으로 파악한 만큼 그 전에 대통령 보고와 지시가 있었다고 가장하기 위해 이처럼 첫 보고시간을 조작했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의 결론은 앞선 보고시간을 뒤로 미룬게 아니라 뒤에 있는 보고시간을 앞으로 당겼다는 것이다”며 “핵심 관련자들의 진술과 객관적 자료들이 모두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세월호 사고 당일 시간대별 조치사항을 정리한 당시 회의자료 등을 보면 오전 10시 17분을 ‘선내 마지막 카톡’으로 명시해 자체적으로 ‘골든타임’으로 간주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또 당초 청와대 발표대로 박 전 대통령이 비서실로부터 실시간으로 11회 서면보고를 받은 게 아니라 오후와 저녁에 각각 1회씩 일괄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당일 상황을 실시간 보고받아 파악했다는 건 거짓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세월호 사고 당일 박 전 대통령 보고 및 지시 시각을 조작한 국회답변서를 만드는 등 공문서를 허위 작성한 혐의로 당시 김기춘 실장과 김장수 실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위기관리기본지침을 불법 조작해 지침 원본을 손상하고 공무원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린 혐의로 김관진 전 안보실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보고시간 조작 등에 관여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직접조사 하지는 못했다.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4주기 대학생 준비위원회 발족 및 대학생대회 선포 공동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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