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中기업 나선 'AI 세계대전'…천문학적 자본 투입 경쟁

방성훈 기자I 2017.10.12 20:00:00
소프트뱅크로보틱스가 개발한 감정인식 로봇 ‘페퍼’. 사진=소프트뱅크
[이데일리 차예지 방성훈 기자] “우린 ‘모바일 퍼스트’에서 ‘인공지능(AI) 퍼스트’로 옮겨갈 것.”(순다 피차이 구글 CEO·올 5월 연례 개발자 회의 기조연설)

미국·일본 IT 공룡 기업부터 중국 신흥 IT기업까지 전 세계 주요 기업이 경쟁적으로 AI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AI가 항공·우주부터 자동차, 의료, 금융, 유통 등 전 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만큼 초기부터 AI 생태계를 선점하려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해 관련 인력을 영입하던가 아예 기술력을 가진 신생 기업을 통째로 사들이고 있다. 각국 정부도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곧 불어닥칠 ‘AI 세계 대전(Great AI War)’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직업분석업체 페이사가 올해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IT기업 상위 20개사는 최근 1년 AI 인력 확보를 위해서만 총 6억5000만달러(약 7400억원)를 쏟아부은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당 370억원 꼴이다. 아마존이 2억2800만달러(2580억원)로 가장 많았다. 구글(1억3000만달러), MS(7500만달러) 등의 순이다. 여기에 화웨이(1119만달러) 같은 중국의 신흥 IT기업도 가세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투자는 단순히 인력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이들이 AI 연구개발(R&D)에 투입하는 돈은 연간 300억달러(약 34조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부분은 AI의 기반이 되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기계 학습(머신러닝), 또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 인수에 투입되고 있다.

글로벌 IT기업 상위 6개사의 AI 인력확보를 위한 연간 투자금액 . (출처=Paysa, 2017년 4월 기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2001년 AI 관련 기업 인수 이래 AI 스타트업 기업을 차례로 인수했다. 2012년 이후 5년여 동안 인수한 기업만 열 세 곳이다. 개중에는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국으로 유명해진 ‘알파고’ 개발사 딥마인드도 있다. 알파벳은이를 통해 구글 클라우드, 구글 렌즈 같은 자체 기술을 의료·헬스케어 사업, 항공·우주사업 등과 연계하려 하고 있다. 아마존도 올해 1월 미국 AI보안 스타트업 하비스트닷AI를 인수한 데 이어 7월 검색 엔진 기술을 보유한 그래피크를 사들이는 등 AI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아마존은 최근 미국 시애틀에 따로 계산할 필요가 없는 직원 전용 AI 편의점 ‘아마존 고’도 문 열었다.

애플 역시 2012년 이후 8곳의 AI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AI 기술력 확보에 나섰다. 올 2월엔 이스라엘의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리얼페이스를, 5월에는 머신 러닝 기술 보유 업체인 래티스 데이터를 각각 사들였다. 페이스북과 MS, 인텔, 시스코, 퀄컴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는 아예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펀드(PIF)와 미국 애플, 퀄컴 등과 손잡고 AI·사물인터넷(IoT) 분야 벤처 투자를 위한 1000억달러(약 113조원) 규모의 공룡 펀드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를 설립했다. 손 회장은 “AI·IoT의 발전이 기존 산업을 완벽히 새롭게 정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다양한 산업이 도입되며 전 세계 AI 시장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55.1%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규모는 2016년 80억달러(약 9조원)에서 2020년 470억달러(약 53조원)로 불어나리란 전망이다.

AI로 일자리의 모습도 완전히 달라지리란 전망이다. 글로벌 IT 자문기관 가트너는 AI 여파로 3년 뒤면 일자리 180만개가 사라지고 230만개가 새로이 생겨나리라 전망했다. 업종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릴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국내 AI 관련 산업 규모와 투자액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집계한 올해 국내 AI 산업 규모는 6조4000억원으로 글로벌 AI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3%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또 삼성전자가 2014년 이후 AI 부문에 480억원 상당을 투자한 것으로 추정했다. 구글은 지난 14년간 AI 관련 기업 인수에 33조7000억원 상당을 쏟아부은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스피커 에코닷. (사진=아마존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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