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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의 사고로 뇌사 빠진 40대 가장, 4명에 새 삶 선사

유현욱 기자I 2016.07.14 17:23:50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지난 13일 오후 4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의료진 20여 명이 분주히 움직였다. 근로 현장에서 안전사고로 추락, 의식불명에 빠진 뒤 지난주 뇌사 판정을 받은 고(故) 유영목(41)씨의 장기 적출 수술을 위해서였다.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유씨가 4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선사하고 세상과 이별했다. 14일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장기 기증은 평소 고인의 뜻을 따라 유가족이 수술에 동의해 이뤄졌다.

고(故) 유영목(41)씨.
안산단원경찰서와 유가족 등의 말을 종합하면 사고는 지난달 24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재활용선별센터의 한 작업장에서 발생했다. ‘자력 선별기’(자기력 광물 분류기)에 낀 이물질을 제거하려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 있었는데 갑자기 멈췄던 벨트가 작동되면서 유씨와 동료 직원은 3층 높이(1~1.5m)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경상에 그친 동료와 달리 아스팔트 바닥에 목 부위를 부딪쳐 의식을 잃은 유씨는 인근의 단원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당시 유씨의 상태를 살펴본 의료진은 ‘가망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유가족은 지난 4일 유씨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며칠 뒤 뇌사 판정을 받았다.

뇌사 판정 이후 유가족들은 “마지막에는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평소 유씨의 뜻에 따라 간과 심장, 신장 등을 기증키로 했다. 뿐만 아니라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보다 많은 이들에게 생명을 나누고 싶다’며 자신들의 장기도 기증키로 서약하고 정부 위로금도 자선 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유가족은 현재 사고 당시 안전조치 미흡·관리감독 소홀 등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장례를 거부하고 있다.

경찰은 구체적인 사고 발생 경위와 재활용선별센터의 과실 여부를 수사하기 위해 관련 자료 일체를 넘겨 받아 검토 후 일부 직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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