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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수사권조정 반대 않는다지만…검·경 `날선 공방`

박일경 기자I 2019.07.09 17:47:50

檢 “정보수집권 독점한 경찰…중국 공안보다 강력해”
국민에게 백해무익한 개악…신속처리안건 정면 반대
警 “유전무죄·전관예우…검찰 형사사법 장악이 원인”
수사권-기소권 분리…상호견제로 국민인권 보장해야

9일 오후 서울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왼쪽부터 김지미 변호사, 이형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정승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웅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검찰이 무소불위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합니다. 물론 우리나라 검찰 막강합니다. 하지만 경찰도 검찰 못지않게 막강한 무소불위 기관입니다. 치안·보안·경비·교통을 독점하면서 과거 국정원이 가지고 있던 국내 정보수집권까지 독점한 단일한 중앙집권경찰은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중국 공안보다 더 강력한 조직이라 할 것입니다.” (김웅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

“수사권 조정은 국민 대다수가 요구하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최근 몇 년간 검찰비리 사건을 차치하고서라도 검찰권의 남용 문제가 사법에 대한 국민 불신을 뿌리 깊게 형성해 왔음에는 이론이 없을 것입니다. 소위 ‘유전무죄’, ‘전관예우’와 같은 사법부조리를 상징하는 용어들이 누구에게나 익숙하다는 점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는 검찰이 형사사법구조를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비롯됩니다.” (이형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 후보자가 8~9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상정된 검찰개혁안에 반대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음에도 윤 후보자의 말이 채 잊어지기도 전에 검찰과 경찰 간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9일 오후 서울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웅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은 “수사권 조정안은 `검찰 수사가 사법통제를 받지 않으니 경찰 수사도 통제를 받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국민 입장에서는 백해무익한 개악에 지나지 않는다”고 신속처리안건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형사정책단장은 “우리나라 경찰은 정보수집권을 가지고 독점적으로 국내정보를 수집하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것으로 일제 경찰사법의 잔재”라며 “독일은 게슈타포에 의한 인권유린 전례 때문에 경찰기관과 정보기관을 엄격하게 분리하고 있으며 이를 두고 `경찰기관과 정보기관의 분리원칙`이라고 한다”고 검찰이 아닌 경찰개혁을 주장했다.

국회 수사권조정 신속처리법안(2019.4.29)의 주요 내용. (자료=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형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상호 견제할 수 있어야만 형사절차에서 국민의 기본권이 보장된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수사·기소 분리에 의한 기소의 객관성과 공정성 담보는 그 자체로 국민의 인권보장에 매우 중요하다”고 검찰 입장을 반박했다.

이 수사개혁단장은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의 일차적 수사종결권이 인정되면 수사의 개시·진행부터 결과에 이르기까지 국민에 대한 책임성이 증대된다”며 “경찰 수사단계와 검사의 보완수사요구 등 단계의 책임이 명확히 구분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수사결과에 대한 평가를 완전히 부담하게 되므로 부실수사가 되지 않도록 더욱 신중을 기하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김지미 변호사는 “지난 5월 문무일 검찰총장은 수사권 조정에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재 검찰이 가지고 있는 `통제받지 않고 이미 확대되어 있는 권한`은 양보할 수 없다는 말로 들렸다”면서 “권력과 권한의 분산을 통한 견제와 균형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임을 간과한 것이며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검찰만이 통제받지 않고 확대돼 있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오만함의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실 감찰담당관을 지낸 박주현 변호사는 “윤규근 총경, 문준용 수사, 환경부 블랙리스트 조현옥 인사수석 수사, 손혜원 수사 등 권력 핵심부와 관련된 수사를 보면 의혹 많은 수사과정이 수사권 조정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검·경 등 수사 주체를 막론하고 청와대 눈치를 봤고 수사를 전혀 하지 않았거나 미흡했다”고 꼬집었다. 박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있어 본질적 문제는 청와대·인사권·실무 등으로 검찰과 경찰개혁보다 청와대의 수사권 개입 제거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9일 오후 서울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개최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심포지엄’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승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안의 핵심은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경찰의 수사종결권이지만 수사지휘권이 전면 폐지된 것도 아니고 경찰의 수사종결권이 종국적인 것도 아니다”라며 “오히려 양 기관의 갈등 소지만 커졌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수사권은 검찰과 경찰의 것이 아니고 그들끼리 주고받는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수사권의 원래 주인인 국민의 입장이 제대로 고려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 수사권조정 신속처리법안은 △검사의 수사지휘 폐지 △경·검간 협력관계 설정 △경찰에 일차적 수사종결권 부여 등을 담고 있어 정부합의문 내용을 비교적 충실히 담아냈다”고 판단했다. 서 교수는 특히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한 점은 조서의 폐해 극복 및 공판중심주의 실현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2000명의 설문응답자 중 83.5%가 수사권 조정에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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