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지배구조 개편 기대..주요계열사 `희비`

김재은 기자I 2018.11.27 16:44:14

KCGI, 한진칼 지분 9% 공시 이후 주가 흐름 엇갈려
지주사 한진칼 한진 껑충 vs 대한항공 진에어 `지지부진`
기대감 불구 항공부문 의존도 높아 `부담`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지난 15일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9% 보유를 알린 토종 사모투자펀드(PEF) KCGI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면서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을 비롯해 육상운송업체 한진 주가는 급등세를 타고 있지만, 그룹 내 핵심계열사인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모습이다. KCGI는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구성 등 한진그룹의 경영개선을 요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쏠린다.

◇ 한진칼·한진 상승 vs 대한항공 ‘제자리’

2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15일 투자목적회사 KGCI의 자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 지분 9.0% 보유를 공시한 이후 한진칼(180640) 주가는 22.6%(5600원) 상승한 3만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말에 비해서는 57.3%(1만1050원)나 급등한 수치다. 그룹 모태기업인 한진(002320)은 지난 15일 3만2950원에서 이날 4만7500원으로 44.2%(1만4550원)나 급등했다.

한진과 한진칼 주가가 급등하자 주요주주가 차익실현에 나서기도 했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과 두 자녀는 보유주식 3575주(0.03%)를 전량 매각, 1억4500만원가량 현금을 확보했다. 한진칼 지분 5%이상을 보유했던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 23일 지분 1.11%를 매각해 지분율을 3.92%로 낮췄다. 크레디트스위스의 평균 매각가는 주당 2만6653원으로 총 228억6500여만원을 챙겨 갔다.

반면 한진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과 진에어 주가는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했다. 대한항공(003490)은 15일이후 이날까지 0.3%(100원) 오르는데 그쳤고, 진에어(272450)는 되레 0.9% 하락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한진칼 등이 지분 29.96%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국민연금(10.57%)이 유일하게 5%이상 주요주주에 올라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최근 유가 급락에도 항공주에 대한 부담이 여전하다는 비관과 내년 이후 잉여현금흐름이 1조원이상 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교차하고 있다.

◇ “명분이 지배구조 개선 이끌 것”

KCGI는 저평가된 한진그룹의 경영 개선을 목표로 내건 만큼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변경을 시도할 전망이다. 현재 한진칼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3명, 감사 1명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석태수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2명, 감사 1명 등 4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현재 한진칼 지분 9.0%를 보유한 2대주주 KCGI가 국민연금(8.35%), 크레디트스위스(3.92%)를 비롯해 소액주주들과 함께 하면 조 회장 일가(28.95%)와 표대결을 벌일만 하다는 평가다. 땅콩 회항, 물컵 갑질 등으로 오너일가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탓이다. KCGI는 이사회 구성 변경 시도와 함께 적자사업부나 부동산 등 비핵심자산 매각, 배당 확대 등도 요구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조양호 회장(사내이사)과 사외이사 1인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된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 등 9명으로 구성되며 자산총액 2조원을 웃돌아 이사회 내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두고 있다. KCGI가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을 타깃으로 삼은 건 상대적으로 단순한 이사회 구성(가벼운 몸집)과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장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지난 6월 대한항공에 총수일가 의혹에 대한 해결방안 제시 요청 서한을 보내는 등 투명한 지배구조를 요구하고 있다”며 “명분이 지배구조를 개선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한진칼 목표가를 3만580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유가 하락으로 실적 턴어라운드가 예상되고, 지배구조 개선 가능성이 주가 상승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진의 경우 그동안 한진그룹 모태회사로 지배구조가 낙후됐던 만큼 본연에 충실한 투자와 영업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크다. 한진 주주구성은 한진칼 22.2%를 비롯해 조양호 회장 외 특수관계인 11.0%, 국민연금 7.4%, 쿼드자산운용 6.5%, 조선내화 6.0%, 자사주 1.4% 등이다.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에 따른 주가 상승과는 별개로 한진그룹 실적은 여전히 경기에 민감한 항공부문에 쏠려 있어 부담이다. 2017년말 기준 대한항공과 진에어 등 항공운송부문은 한진그룹내 자산과 매출, 상각전 영업익(EBIT)의 80%이상을 차지할 만큼 절대적이다.

NICE신용평가는 “한진그룹의 재무안정성 지표가 과거대비 개선됐지만, 항공운송 업계 경쟁구도 재편에 따른 경쟁심화 가능성, 대한항공의 재무안정성 추이 등은 향후 주요 모니터링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중국 국영항공사, 저비용항공사 및 초저비용항공사 사업 확대에 따른 경쟁강도 심화, 미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 추진 경과 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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