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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2일 6.13 지방선거에 내보낼 17개 시도광역단체장 후보 경선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키로 했다. 그간 견지해온 ‘조용한 선거’에서 ‘치열하고 역동적인 선거’로 기조를 완전히 바꾼 셈이다.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에 (대선) 결선투표제가 있어, 집권여당인 우리 당이 시도지사 경선에 선제적으로 적용해 볼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 후보간 최대한 치열하게, 선거운동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유도해 국민들의 주목도를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명분은 ‘대통령 개헌안’이지만,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 등의 등판이 가시화되면서 선거가 예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 보다 공격적인 전략으로 전환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결선투표 도입은 지지율 우위를 보이고 있는 박원순 현 시장에 다소 불리한 룰이지만, 민주당으로선 경선 흥행과 본선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두고 박 시장과 박영선·우상호 의원중 최적의 후보를 추리겠단 뜻이다.
현재까지는 민주당에 유리한 선거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서울지역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70%가 넘고, 정당별로도 민주당이 50%내외의 지지율로 20%내외 한국당, 한 자릿수의 바른미래당을 압도한다. 지난해 5월 대선에선 서울에서 민주당 소속의 문재인 후보가 42.34%를 얻어 홍준표 한국당 후보(20.78%), 안철수 국민의당(바른미래당 전신) 후보(22.72%)를 가볍게 제쳤다. 지난 대선과 2016년 4월 총선에서 서울 투표율은 전국 평균보다 각각 1.8%포인트, 1.4%포인트 높아,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젊은 층의 투표율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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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2위 싸움에 명운을 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당에서 김문수 전 경기지사, 바른미래당에선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 등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각각 등판하지만 당선까진 현실적 여건이 녹록치 않다.
한국당에선 김 전 지사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며, 그가 보수표를 결집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한나라당(한국당 전전신)에서 3선 의원을 했고, 2006년 경기지사에 당선돼 재선에 올랐던 인물이다. ‘박근혜 탄핵’에 강력 반발해 ’태극기부대‘ 표심도 얻었다. 그러나 김 전 지사는 정치 입문 초기인 1990년 민중당 구로갑지구당위원장을 맡았을 뿐, 정치인생에 있어 서울 연고가 딱히 없는 게 최대 약점이다. 지역구는 부천 소사구에서 대구 수성갑으로 옮긴 게 3년 전이다. 지난 대선에도 당 경선에 출마하는 등 무게감은 있지만, 정치이력이 길고 6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로 ‘올드보이’ 이미지도 약점으로 꼽힌다.
오는 4일 출마 선언을 할 안철수 위원장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아름다운 양보’를 해, 박 시장 당선의 일등공신이었다. 7년 만에 박원순 시장과의 리턴매치가 이뤄진다면 진검승부를 해 볼만하다는 게 바른미래당 측 계산이다.
안 위원장은 두 번의 대선 도전 과정에서 트레이드마크였던 ‘새정치’ 이미지가 퇴색된데다 이념 성향이 모호하다는 평가가 여전하다. 당 일부 의원들은 “안 위원장의 출마는 한국 정치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선당후사의 과감한 희생”이라고 치켜세웠지만, 서울에서 2등을 했던 지난 대선과 달리 이번에 3등으로 주저앉는다면 당과 함께 그의 정치인생이 위협받을 공산이 크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국당은 이번 선거 후 보수 재편의 주도권을 쥐는 데 운명을 걸고, 당의 간판인물이 나서는 바른미래당은 당과 안철수의 운명 모두를 걸게 될 것”이라며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실책, 후보단일화 등 돌발변수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순위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