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부가 주택공급 부지로 발표하는 곳마다 주변 주민들의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염창동 주민들은 공원과 녹지의 훼손, 한강 조망권 문제 등을 우려하고 있고 태릉CC 인근에서는 교통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걱정이 나온다. 과천에서는 이미 진행 중인 개발사업만으로도 교통, 상하수도, 전력 등 기반시설이 부족한데 추가 주택 공급은 도시 수용 능력을 넘어선다는 지적이다. 지역 마다 따져보면 다들 맞는 말이다.
기존 도로와 학교, 녹지 시설 등 도시 인프라는 지금 살고 있는 인구 규모에 맞게 또는 부족하게 형성돼 있다. 그런데 여기에 수백~수천가구의 아파트가 더 들어서게 되면 인프라가 당연히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아파트가 늘어나는 게 아니고 자동차가 늘고, 학생이 늘고, 병원과 주차장에 사람이 몰리게 된다. 기존 주민에게 아파트 수천 가구는 ‘내가 사는 환경의 변화’다.
여기서 도심 주택 공급 정책의 근본적인 딜레마가 드러난다. 주택 공급을 늘려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집값 안정으로 사회 전체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반면 그 비용은 공급 대상 지역주민의 몫으로 돌아간다. 그러니 정부가 ‘국민을 위해 집을 짓겠다’고 해도 기존 주민들에게는 다른 세상 얘기가 된다. “왜 하필 우리 동네인가”란 푸념이 나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공급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과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 사이의 보상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정부는 헬기를 타고 다니며 집 지을 수 있는 빈땅만 찾을 게 아니라 이 지역에 집을 지어도 도시가 감당할 수 있는가를 따져야 한다.
교통망은 잘 갖춰져 있는가. 학교는 수용할 수 있는가. 하수도와 전력 인프라, 공원은 충분한가. 집을 지어도 되는 사회적 합의와 그 합의를 가능하게 하는 보상 구조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공급 대책과 함께 교통·생활SOC 패키기를 제시하는 것이다. 신규 주택 1000가구 공급에 도로 확장, 버스노선 증편, 학교 증축, 녹지공간 확충 등을 묶어 주민들에 제안하는 방식이다.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먼저 찾아내 채워주겠다고 하면 격렬히 반대하는 목소리도 잦아들 수 있다.
전례를 봐도 주택 공급, 특히 공급의 속도를 내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땅 찾기가 아니고 지역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었다. 과거 정부는 선발표, 후설득으로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번엔 달라야 한다. 공급대책 발표와 주민 설득이 시가 차 없이 곧바로 이뤄져야 한다. 이린 일을 하라고 지방자치단체가 있고 지방의회가 있는 것 아닌가. 이들이 적극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중앙정부와 소통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주택 공급의 진짜 속도전은 삽을 빨리 뜨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삽을 뜨기 전에 얼마나 빨리 갈등을 풀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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