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블록체인 특구 사업 총괄을 맡고 있는 박효진 세종텔레콤 신성장사업본부장(부사장)은 7일 부산에서 열린 ‘제12회 월드 블록체인 서밋 마블스 부산’ 콘퍼런스에서 “부산이 규제자유특구라고 모든 걸 자유롭게 하는 곳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받은 특례는 3개뿐이고, 나머진 다 법 테두리 안에서 하다보니 어려운 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위스 주크처럼 특정 지역에 전폭적으로 규제를 완화해 해당 지역에선 마음껏 (사업을)할 수 있는 좀더 완화된 제도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크립토밸리’라 불리는 스위스 주크는 5년만에 170여개 암호화폐, 블록체인 기업이 파이프라인을 형성하며 ‘ICO(암호화폐 공개) 성지’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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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아예 부산 해운대에 ‘해운대 크립토비치’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곳에서는 스위스 주크처럼 모든 규제를 전폭적으로 면제해주자는 것이다.
오 학회장은 “주크시는 싱가포르와 크립토 회사 유치 경쟁을 하면서 법인세를 12%까지 낮춘다고 한다”며 “규제를 완전히 없애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규제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지난 2019년 8월 블록체인 규제자유 특구로 지정됐다. 특구로 지정된 곳에선 별다른 제재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기대엔 못 미쳤다. 특구사업 중 하나인 디지털 바우처 사업만 해도 가맹점은 8만개가 됐지만, 활성화되진 못했다.
신창호 부산시 미래산업국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아직까지 가상자산을 제외하고 블록체인 기술로서만 산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시각이라 이 부분만 지원하고, 코인과 관련된 건 못하게 하겠다는 기조가 있다”며 “투기, 범죄 가능성 등 부작용이 많았던 만큼 정부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이 때문에 금융당국 등과 안 맞은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부산시는 제대로 된 코인 이코노미를 만들어 보겠다는 게 초지일관된 입장”이라고 했다. 정부와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있었단 얘기다. 신 국장은 “결국 중앙정부와의 관계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부분”이라며 “(특구 사업과 관련해) 저희 논리가 잘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시는 지난해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집합투자 및 수익배분 서비스, ‘데이터 리워드 및 거래 서비스’가 추가 사업으로 지정되는 등 꾸준히 특구 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2개 사업에 약 127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갈 예정이다. 내년엔 거래소 인증서 발급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블록체인 산업지원센터도 설립할 계획이다. 또 벤처 기업 입주 지원, 서비스 개발 및 테스트베드 운영 등을 지원하는 블록체인 특화 컨벤션센터도 구축하기로 했다. 조만간 블록체인 통합 서비스인 ‘비패스(B PASS)’에 백신 접종증명, 모바일 신분증 등 신규 서비스도 추가된다.
이주형 부산은행 디지털금융본부장은 “부산은 금융·연구기관과 기업간 협업체계를 통해 스타트업 허브를 구현한 실리콘밸리 모델과, 규제 완화로 금융 허브를 구현한 홍콩의 사례를 준용해야 한다”면서“세계 5대 항만도시의 강점과 결합해 블록체인 금융 허브 도시를 지향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