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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피해자들이 다친 부분에 대해 “미안한데, 그래도 내가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씨는 지난 20일 오전 11시 54분쯤 부터 낮 12시 1분쯤 사이 강남구 역삼동 신명빌딩과 한양빌딩 두 곳에 잇따라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화재가 난 빌딩 두 곳에는 모두 특허법인이 입주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화재로 중상 5명, 경상 14명 등 총 19명이 피해를 당했다.
범행 당일 4시 16분 쯤 서울 지하철 동묘앞역 앞에서 경찰에 체포된 이씨는 1차 조사에서 특허법인 두 곳이 허위 특허등록증을 발급하는 등 사기를 쳤다고 생각해 겁을 주고 이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지난 21일 조사에선 묵비권을 행사했다.
이씨는 2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 전에도 피해자들을 향해 “아니, 미안은 한데…”라고 말을 흐리며 다만 “죽이려는 게 아니라 겁주려고 했다. 사기 치는 것을 세상에 알리려고 (했다)”고 했다.
또 “(변리사 등이) 탈출을 못 하게 막으려 했냐”는 질문에는 “아니, 그런 적이 없다. 나라에서 사기꾼을 보호한다”고 주장했고, “특허 등록증이 중요했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는 취지로 답했다.
아울러 “특허법인이 무엇을 속였냐”는 질문에는 준비한 서류를 보여주며 “이걸 잘 보라”고 했다.
이씨는 ‘특허법인에 악감정이 있었던 것이냐’는 질문에 “2000년도에 특허를 냈는데 사기를 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특허청 등록디자인공보에 따르면 이씨가 만든 운동기구 디자인 두 건은 그가 불을 지른 특허법인 사무소 두 곳을 통해 모두 그가 만든 것으로 각각 기재됐고 권리도 이씨 명의로 등록돼 있었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헤이그 국제디자인 데이터베이스에서도 권리자가 이씨로 된 국제등록 2건이 확인됐다.
두 건 모두 특허법인 측이 이씨를 대신해 등록 절차를 진행했으며, 등록 당시 디자인에 대한 권리는 이씨에게 부여됐다.
그런데도 이씨는 두 업체가 자신을 속였다고 주장하며 2022년에도 이들 사무실을 찾아가 직원들을 위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판결문을 보면 이씨는 그해 12월 두 업체 사무실을 찾아가 직원들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와 가위로 위협해 이듬해 4월 서울중앙지법에서 특수협박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4년 전 법원은 휘발유를 이용한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다시는 피해자들을 찾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며 2년 6개월을 선고했지만, 이씨는 출소 1년여 만에 같은 곳을 다시 찾아가 방화를 저질렀다.
이번 범행 역시 특허 등록증 발급 문제를 둘러싼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씨는 해외 상표 등록을 의뢰한 뒤 온라인 등록증만 발급된다는 안내를 받았으나, 종이 등록증을 요구하며 변리사가 자신의 상표를 훔쳤다고 의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로 피해를 본 특허법인의 한 관계자는 “해외 등록 건은 국내처럼 등록증 원본이 없는 경우가 많다. 전자 등록증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충분히 설명한 상황이었다”라며 “이씨는 국내에서 주는 특허증처럼 종이 원본을 요청했던 것 같다. 나이 드신 분들이나 작은 기업들이 종이등록증을 원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지난 16일 서울 강서구 주거지 인근에서 라이터와 인화물질 등을 구입했다. 다만 경찰은 피의자 진술과 달리 이씨가 지난달 24일 이미 말통을 구입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범행 당일에는 이씨는 특허법인 사무실을 찾아가 과거 자신의 특허업무를 맡았던 담당자를 찾아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또 엘리베이터와 사무실 앞에 불을 질러 사실상 도주로를 차단한 사실도 확인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