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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들은 “(군내 성적 행위는)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구체적으로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위력에 의한 경우 또는 자발적 의사 합치가 없는 동성 군인 사이 추행에 대해 처벌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라 하더라도 근무 장소나 임무 수행 중에 이뤄진다면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지는 국군의 전투력 보존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며 “처벌한다고 해도 과도한 제한이라고 할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판결 직후 시민단체들은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결정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위헌소송 대리인단의 한가람 변호사는 “과거 영미의 영향으로 각국에 이식된 군형법 추행죄는 차별의 영역으로 인식돼 폐지되거나 위헌으로 결정되고 있지만 한국에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기본권 보장과 소수자 보호의 의무를 외면한 헌재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뒤이어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도 “헌재가 보여준 모순적 결정은 시대를 거스른 반헌법적 결정”이라며 “대법원이 합의한 군인 간의 성관계를 전원합의체에서 무죄로 선고했음에도 이를 걷어찬 헌재의 행태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2022년 4월 21일 대법원은 2017년 육군 중앙수사단에서 있었던 ‘육군 성소수자 군인 색출 사건’에 대해 “합의된 성관계는 쌍방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며 1·2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육군 중앙수사단의 불법적인 수사로 인해 성소수자 군인 23명인 중 9명은 기소됐으며 11명은 기소유예, 3명은 불기소 처분을 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