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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경찰서 앞, 버젓이 수십채 소유…화곡동 전세사고 또 ‘우려’

황병서 기자I 2023.04.27 16:33:12

강서구청·경찰서 앞 오피스텔들 건축물대장 보니
66채 오피스텔, 두 임대업자가 40채 보유
1~3년 전 ‘분양가=전세가’ 무갭투자로 사들여
전세가 하락에 사고위험↑…“보증금 못 돌려받아”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A오피스텔 건물. 나란히 붙어 있는 강서구청·강서경찰서 건너편에 위치한 이 오피스텔은 124채 중 20채(16%)가 40대 남성 김모씨의 소유다. 인천 남동구에 사는 김씨는 2022년 3월 준공한 이 오피스텔을 같은 해 5월 27일~8월12일 석 달여 동안 꾸준히 사들였다. 사실상 자기자본이 거의 들지 않는 ‘무갭투자’를 통해서였다.

화곡동 일대를 휩쓴 전세사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전셋값 하락 속 전세계약 만료시기가 속속 돌아오면 보증금을 못 돌려주는 전세사고가 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인근 오피스텔.(사진=황병서 기자)
27일 이데일리가 강서구청·경찰서 앞 오피스텔들의 건축물대장을 살펴본 결과, 김씨와 같은 특정 임대인이 한 동짜리 오피스텔 건물에서 수십 채씩 사들인 사례들이 확인됐다.

A오피스텔은 작년 3월에 전용면적 5.32~6.87평(분양면적 28.34~36.57㎡)을 2억3500만~2억9000만원에 분양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보니 그 해 5~7월 이뤄진 전세 계약 6건이 모두 분양가와 똑같았다. 10층의 5평짜리 오피스텔은 분양가와 전세금이 2억4900만원, 16층의 5평짜리는 2억5300만원으로 동일했다.

이 오피스텔의 ‘큰 손’은 인천의 김씨만이 아니었다. 충남 아산에 사는 40대 남성 김모씨는 17채(13%)를 보유하고 있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모씨는 9채, 강서구의 40대 조모씨는 7채, 인천 미추홀의 이모씨 6채, 고양 일산의 40대 송모씨 5채 등이었다. 소수의 임대업자 몇 사람이 ‘무갭투자’로 오피스텔 절반을 사들인 것이다.

앞서 2020년 8월 사용승인이 떨어진 인근의 B오피스텔 건물도 비슷했다. 역시 1채당 분양가격이 3억원을 넘지 않은 전체 66채 가운데서 경기 구리의 50대 남성 김모씨가 21채(31%), 서울 구로구의 40대 남성 김모씨가 19채(28%)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둘이 2020년 11월부터 1년 동안 사들인 것만 40채로, 전체 물건의 60%에 달한다.

문제는 전세 하락기 국면이라는 점이다. 특정인이 특정 시기에 오피스텔 십수채씩 사들여 임대를 놓았기 때문에, 원론적으로 따지면 전월세 만료 시기도 연달아 맞게 된다. 그런데 전셋값이 떨어졌다면 세입자가 바뀔 때에 임대인은 오피스텔 1채당 최소 수백에서 수천만원을 돌려줘야 한다. 1채당 1000만원씩만 전셋값이 떨어져도, 20채를 가진 임대인은 현금 2억원이 있어야 전세사고를 막을 수 있단 얘기다. 실제로 B오피스텔의 경우 2021년 2월 2억8800만원에 거래된 전세가 올해 3월엔 2억5000만원이 됐다.

B오피스텔의 경우, 전세보증금을 일부 세입자에게 돌려주지 못한 사례가 벌써 발생한 걸로 전해진다. C부동산 관계자는 “B오피스텔에서 보증금을 못 돌려받은 사람이 있다더라”며 “이 오피스텔은 분양 때 컨설팅업체가 낀 걸로 들어서 리스크가 있다, 우리도 집 보러오는 사람들에게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고의성을 갖고 전세사기를 쳤든, 무분별한 갭투자로 전세사고를 냈든 세입자 입장에선 보증금을 떼일 수 있단 점에서 크게 다를 바 없다. D부동산 관계자는 “이렇게 무갭투자로 수십채씩 사놓고 보증금 못 돌려주면 당하는 입장에선 사기나 다름 없잖나”라며 “불법은 아니라해도, 경찰서 앞에서 보란듯이 갭투자가 성행한 게 놀랍다”고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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