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진한 사업 정리 들어간 전자업계..“사업효율화 목표”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P의 국내 프린팅 사업을 담당하는 HP프린팅코리아가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 감축에 돌입했다. 최근 국내 프린팅 사업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되자 결국 인력을 줄이기로 한 것이다. 회사는 지난 2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공지했다. (2020년 11월 2일 본지 단독 기사 참고)
HP가 국내 프린팅 사업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2017년 삼성전자(005930)로부터 프린팅솔루션 사업을 인수한 이후 약 3년 만이다. 앞서 HP는 2017년 11월 1일 약 1조1545억원에 삼성전자 프린팅솔루션 사업부를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HP의 국내 프린팅 사업 인력 감축을 두고 예정된 수순으로 보고 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 태블릿 PC와 같은 모바일 기기가 대중화하면서 가정용 제품을 중심으로 국내 프린터와 잉크 수요가 지속 줄어드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 확대로 기업용 제품 수요까지 줄어들자 구조조정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HP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도 대규모 인력 감축 작업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HP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에 따라 관련 사업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지속적인 비즈니스 혁신과 효율성 향상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066570)도 지속적인 스마트폰 실적 부진에 최근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를 대상으로 퇴직 프로그램을 실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지난 3분기 영업손실 1484억원을 기록하며 2015년 2분기 이후 22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진행해온 전사 차원의 퇴직 프로그램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사업 철수설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LG전자가 본격적으로 관련 인력 감축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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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034220)와 삼성디스플레이, LG이노텍(011070), 삼성전기(009150) 등 최근 부진한 사업을 정리한 전자업체들이 추가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기업은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비대면 수요 증가 등으로 호실적을 올렸는데, 이를 사업효율화의 계기로 삼아 인력감축 등 노력을 병행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사업 철수에 따라 최근 희망퇴직을 꾸준히 실시해왔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으로의 사업 전환이 본격화하는 만큼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발광다이오드(LED) 사업 철수를 결정한 LG이노텍도 관련 인력 조정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은 지난 10월 28일 공시를 통해 올해까지만 LED 제품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LED 사업의 완전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2020년 5월 14일 본지 단독기사 참고) LG이노텍은 지난해 말 경기 파주 LED 사업장에서 생산직과 기술직 등 현장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해 무선충전 모듈에 이어 반도체 패키징(PLP), 스마트폰 기판(HDI) 등 여러 사업을 정리한 삼성전기 역시 인력 정리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삼성전기는 와이파이 모듈 사업에 이어 RFPCB 사업 중단 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자업계는 비대면 수요 증가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선방했던 산업이지만 업체들이 이를 계기로 비주력 부문을 정리하려는 ‘선택과 집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당분간 전자부품 업계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