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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사전투표 첫 날인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설치된 사전투표소는 서울 시내 다른 투표소보다 비교적 한산했다. 이따금 투표소를 찾는 유권자들이 있었으나 공항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대부분이었다. 평소 대통령선거나 지방선거 사전투표 때마다 여행객들로 북적여온 공항 사전투표소였지만, 이날은 여행용 가방을 메거나 끌고 온 여행객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공항 제1·2터미널에 설치된 사전투표소를 이용한 이용객은 총 1600여명이었는데, 지난 2018년 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 같은 시간대엔 4080여명이 투표소를 다녀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에서도 여행객들이 주로 포함되는 관외 투표자(투표소가 설치된 선거구의 유권자가 아닌 사람) 수에선 2018년과 비교해 2700여명이나 차이를 보였다. 그만큼 공항을 이용하는 이용객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날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여객 수는 6857명(출발 1996명·도착 4861명)으로, 지난해 하루 평균 이용객이 19만 5000여명보다 90% 이상 감소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선 이용객이 대폭 줄었다고 확인돼 선거 장비나 투표소 크기를 절반 이상 줄였다”며 “11일은 출국자가 더 줄어 투표소를 찾는 이들도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항공사·면세점 등의 직원 수가 줄어든 것도 공항 투표소를 찾는 유권자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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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공항 투표소는 비교적 한산했지만, 이곳을 찾는 유권자들은 저마다 투표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코로나19 해외 유입 가능성을 막고자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짬을 내서 투표장을 찾았다.
공항에서 자가격리 대상자를 인솔하는 직원인 박신(58)씨는 방역복을 입은 채 투표에 참가했다. 그는 “오늘도 자정까지는 일할 예정이지만, 쉬는 시간을 이용해 투표하러 왔다”며 “투표를 시민의 기본이라고 생각해 한 번도 빼먹지 않고 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에서 들어온 입국자들을 울산 지역에 데려다 주는 업무를 맡은 A(45)씨는 “올바른 가치관을 지닌 정치인을 뽑으려면 투표를 해야 한다”며 “그래야 국민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고, 사회가 바로 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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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태국에서 입국한 30대 남성 B씨는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 등은 없었으나 해외 입국자에 해당해 이곳을 찾았다. B씨는 “곧장 귀가해 2주 자가 격리에 들어가면 투표를 못 할 수도 있어 임시 기표소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비행기 승무원들도 임시 기표소를 이용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5시 현재 투표율이 10.9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 전국 유권자 4399만4247명 가운데 480만7946명이 투표를 마쳤다. 앞서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땐 사전투표 첫날 같은 시간 기준 7.90%를, 2017년 대선과 2016년 총선 땐 10.60%, 4.97%를 각각 기록해 이번 선거의 사전투표율은 동 시간대 최고치를 경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