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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삼성·SK하닉 亞지수 장악에…'강제 매도'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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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06.08 15:49:51

AI 랠리 역설…잘 나가는 종목일수록 팔아야
한국 주식서 5월 43조원 사상 최대 순유출
패시브펀드 쏠림 가속…5년간 782조 유입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인공지능(AI) 랠리의 최대 수혜주인 TSMC·삼성전자·SK하이닉스 세 종목이 MSCI 아시아태평양(일본 제외) 지수의 3분의 1 가까이를 차지하면서, 오히려 이 종목들을 보유한 액티브 펀드들이 ‘강제 매도’에 내몰리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뉴스1
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주피터 자산운용의 아시아 주식인컴 투자매니저 샘 콘라드는 “TSMC, 삼성전자, 미디어텍을 어쩔 수 없이 팔았다”고 밝혔다. 세 종목은 올해 각각 52%, 159%, 184% 급등했지만, 펀드 내 비중 한도를 초과하면서 되레 매도 압력에 직면한 것이다.

쏠림의 역설…3종목이 지수를 삼켜

집중 리스크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TSMC는 대만 자취안지수(TAIEX) 내 비중이 41.5%에 달하고,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두 종목만 합산해도 코스피(KOSPI) 비중의 55%를 차지한다. 지수 자체가 한두 개 종목에 대한 베팅이 돼버린 셈이다.

HSBC는 이 같은 구조가 “구조적 도전을 만들어낸다”고 진단했다. 헤럴드 반 데르 린데 HSBC 아시아태평양 주식 전략 헤드는 리서치 노트에서 “주가가 계속 아웃퍼폼(시장 수익률 초과 달성)할수록 펀드들이 익스포저(투자 위험 노출)를 늘리기 어려워지고, 이는 강제 매도와 비중 축소 악순환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HSBC 분석에 따르면 TSMC는 현재 아시아·글로벌 신흥시장 펀드 사이에서 가장 많이 비중 축소된 종목이다.

집중 리스크의 양면성은 최근 급락장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인공지능(AI) 밸류에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사상 최고치 대비 최근 3거래일 사이 한국 증시는 12%, 대만 증시는 6% 하락했다.

한국 원화·증시에 이중 충격

이 같은 강제 매도 흐름은 한국 시장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한국거래소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 동안 외국인의 한국 주식 순유출 규모는 279억달러(약 42조8200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자산 재조정)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로이터는 이러한 강제 매도가 이미 약세를 보이던 원화에 추가 하방 압력을 가했다고 전했다.

반면 노무라의 추적에 따르면, 미국 소재 펀드에서 한국과 대만으로 흘러들어온 자금은 연초 이후 204억달러(약 31조3100억원)로 전례 없는 규모다. 팔리는 돈과 들어오는 돈이 교차하는 이중 구조가 한국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삼겹살 음식점 '형님 저요'에서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하던 중 시민들과 취재진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액티브→패시브 이동 가속…“전례 없는 수준”

미국의 ‘매그니피센트7’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며 패시브 펀드 쏠림을 불러왔던 것처럼, 아시아에서도 같은 현상이 더 빠르고 극단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BNP파리바가 글로벌 펀드 자금 흐름 조사기관 EPFR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5년간 아시아 액티브 펀드에서는 2690억달러(약 412조8340억원)가 빠져나간 반면 패시브 펀드에는 5100억달러(약 782조2380억원)가 유입됐다. 이 중 4분의 1이 최근 6개월 새 집중됐다.

윌리엄 브래튼 BNP파리바 증권 아시아태평양 현물 주식 리서치 헤드는 “역내 패시브 펀드로의 최근 자금 유입 규모는 지난 10년간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분석은 이 쏠림의 심각성을 수치로 보여준다. MSCI 아시아태평양(일본 제외) 지수는 올해 들어 27% 올랐지만, 한국과 대만을 제외하면 오히려 4% 하락이다.

종목 선별 전략 변화…중소형 공급망으로 눈 돌려

이 같은 상황에서 액티브 매니저들은 AI 공급망의 하위 단계, 즉 반도체 장비·부품 중소형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애버딘 인베스트먼츠의 아이작 통 아시아 주식 시니어 투자 디렉터는 최근 반도체 공급업체인 ASMPT(홍콩 상장)와 그랜드 프로세스 테크놀로지(Grand Process Technology)(대만 상장) 등 중형주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주피터의 콘라드는 혼하이(폭스콘), 콴타 컴퓨터, SK하이닉스 등을 보유하면서 가장 큰 비중을 미디어텍에 두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그는 “저희 펀드와 투자 방식은 벤치마크, 동종 업계와 매우 다르며, 이것이 초과 수익의 원천”이라고 밝혔다.

버른스타인의 루팔 아가왈 아시아 퀀트 전략가는 “지난 4월 이후 끊이지 않는 랠리로 아시아 주식의 집중 리스크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HBM5 목업 제품. 확대하면 HBM 패키지와 차세대 열관리 기술인 히트 패스 블록(HPB) 사이 줄이 그어져 있다. (사진=공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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