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석 달 만에 반등한 소비자심리지수는 한 달 만에 다시 하락했다. 6개의 구성 항목 중 ‘향후경기전망’이 전월대비 7포인트 내리며 가장 크게 하락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미국 대선결과를 비롯해 환율은 상승하고 주가는 하락한 (혼란스런) 시장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여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던 것이 둔화할 수 있다는 예상과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된다면 경기가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전망이 악화하는 가운데 지난달 국내 주요 마트와 백화점 매출도 줄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23개사의 10월 매출을 집계한 결과, 대형마트와 백화점 매출은 전년대비 각각 3.4%, 2.6% 감소했다. 소비심리 위축과 중국 저가 플랫폼을 비롯한 해외 직구 확대에 더해 ‘따뜻한 10월’을 야기한 이상기온이 대형마트·백화점을 중심으로 매출을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소비심리는 얼어붙었지만, 해외 카드 사용 실적은 큰 폭으로 늘고 있어 대비를 이룬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2024년 3분기 중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실적’에 따르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합해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서 카드를 사용하거나 온라인으로 해외 직접구매(직구) 시 카드를 이용한 금액은 57억 1000만달러(약 8조 30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47억 9000만달러)에 비해 19.1% 증가한 수치다. 이는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여름방학 등 계절적인 요인에 ‘엔저’ 등에 따른 내국인 출국자 수가 증가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지식정보시스템 집계에 따르면 내국인 출국자 수가 올 2분기 659만 8000명에서 3분기 717 만3000명으로 8.7% 증가했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내국인 출국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면서 국내외 소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소비 부진의 원인을 가계빚 규모와 고용 한파 등에서 찾는 목소리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내수가 부진한 것은 대출 총량이 늘어났기 때문인데 가계대출 관리 기조로 인해 금리가 확 떨어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특히 고용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빚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불어나면서 올래 3분기 말 1900조원을 돌파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884만 7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만 3000명 증가했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명대를 밑돈 것은 넉 달 만에 처음이다. 특히 내수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도소매업은 8개월째. 건설업은 6개월째 고용이 감소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