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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지역을 고루 발전시키기보다 ‘광역시’ 등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일자리, 교통, 의료 등 각종 인프라를 집중시켜 거점 도시 주변 지역에서도 그러한 혜택을 함께 누리자는 차원에서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선 현실에선 ‘낙수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권태용 한은 대구경북본부장은 “대구가 지역 거점도시 중 하나인데 대구에 집중 투자를 해도 그 지역 외에서는 낙수효과를 누리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는 대형 병원, 의과대학 등의 인프라가 잘 돼 있지만 경북은 의료 인프라가 전국 최하위”라며 “고속철도 등으로 교통 연결이 되면 좋겠지만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는 사업성이 안 나온다”고 덧붙였다.
또 “거점 도시를 만들어도 지역 간 내 불균형이 큰 상황이라 주변지역으로 고루 혜택이 나눠질 지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상남도와 경상북도 간의 불균형도 큰 편이기 때문이다.
권 본부장은 대구는 정주환경이 좋지만 대기업 등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인구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일자리’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대구는 고등교육 여건이 좋아 명문대 입학률도 높고 지역내 의대도 5개나 있지만 일자리 때문에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이동한다”며 “대기업이 없다. 중소기업만 있는데 임금 격차로 인해 청년층들이 대기업을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일자리사업평가센터장도 일자리 육성 필요성에 동의했다. 이 센터장은 “지역발전 역사를 보면 2010년대까지는 조선, 철강, 자동차 등 주력산업으로 인해 지역 간 격차가 심하지 않았다”며 “지역 제조업 일자리 1개가 식당 등 서너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디지털, 그린 전환 등으로 대도시 중심으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지역은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들은 인재를 찾아 서울 등 수도권으로 이동한다”며 “지역에 일자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지역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교육, 문화 등의 인프라로 지역에 정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기업이 지방으로 옮겨갈 유인이 크지 않은 만큼 지방 투자시 더 많은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지방투자촉진법이 추진되고 있는데 좀 더 강화된 혜택이 필요하다”며 “특히 세제 부문의 경우 법인세를 5년간 100% 감면, 추가 2년 해준다고 하는데 처음 논의할 때는 10년간 100% 감면, 이후 10년간 50% 감면이었는데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법인세 최고세율이 24%이고 여기에 지방세를 10% 내고 있는데 법인세 최고세율을 글로벌 수준인 15%로 낮추고 지방세를 지역별로 차등화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에선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소멸 과제에 대한 문제 인식이 아직 절실하지 않은 것 같다는 평가도 나왔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지역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집행으로 가면 내용들이 작아진다”며 “문제인식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계청 인구추계 결과 2050년 올해 대비 전국 인구 수가 8.1% 감소하는데 이는 현재의 20~30대가 보기에 별로 심각한 문제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그러나 최 교수는 “지방 대학이 3년째 정원 미달인데 지방 중소도시에서 대학이 사라지게 되면 관련 상권이 사라지고 지역의 인력 공급까지 문제가 생긴다” 전남 남원의 사례를 제시했다. 또 “시군구 단위로 쪼개보면 2040년에는 현 인구의 절반, 2050년에는 3분의 1로 줄어드는 곳이 20~30곳이나 된다”며 “인구 3000명 이하가 되면 병원 등 의료시설이 사라지고 2000명 이하가 되면 식당, 세탁소, 미용실 등이 사라진다는 농촌경제연구소의 연구 결과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머지 않은 미래”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