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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사청문회는 시작부터 꼬였다. 한 후보자가 모두발언에서 ‘검수완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자, 해당 발언이 적절하냐를 두고 여야가 대치하며 오전 시간을 보냈을 뿐 한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이뤄지지 못했다. 그리고 오후 이어진 청문회에서도 한 후보자에 대한 송곳 검증보다 민주당 의원들의 실수가 더 주목을 받았다. 최강욱 의원 한 후보자 딸의 기부와 관련된 지적을 하기 위해 자료를 준비했는데, 기증자명이라 적힌 ‘한**’을 두고 “확인을 해보니 물품을 지급받았다는 보육원의 경우 기증자가 한아무개로 나온다. 영리법인으로 나온다”며 한 후보자 딸이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는 “한땡땡(한**)은 ‘한국3M(쓰리엠)’ 같다. 제 딸 이름이 영리법인일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한국쓰리엠’을 익명 처리한 문서를 두고 한 후보자의 딸이라고 지목했다가 다소 당황스런 상황이 되버린 것이다.
이어지는 실수는 더 당황스러웠다. 김남국 의원은 한 후보자 딸의 논문을 제시하며 “2022년 1월 26일 논문을 ‘이모’하고 같이 1저자로 썼다”고 했다. 김 의원의 주장에 한 후보자는 “누구하고 같이 썼다고요?”라고 되물었고, 김 의원은 “이모하고요, 이모”라고 반복했다. ‘이모(익명의 인물) 교수’를 이모(어머니의 여자 형재)와 혼동해 질의를 한 것이다. 김 의원은 이후 자신의 발언을 정정했지만, 해당 실수를 주어담기에는 이미 늦은 상황이 됐다.
결국 호기롭게 인사청문회를 시작한 민주당은 주요 길목마다 실수를 연발하며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이를 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처참한 수준이다. 한동훈만 돋보이게 된 꼴“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국민의힘에선 최 의원과 김 의원이 속한 ‘처럼회’를 언급하며 ”처럼회인가, 처참회인가. 그야말로 ‘웃픈’ 블랙코미디였다“고 꼬집기도 했다.
지방선거를 약 20일 앞둔 민주당의 현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검수완박’ 법안을 추진한 후 국민의힘과 지지율 격차가 10% 포인트 이상 벌어졌다는 여론조사도 나왔고, ‘텃밭’ 호남·광주 등을 제외한 지역에서 국민의힘에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날카로운 견제’가 아닌 청문회를 희화화하는 야당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더 큰 실망만 안겨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