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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1년 가까이 끌어오던 조선업 구조조정 방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설비와 인력을 감축하고 경영 부실로 어려움을 겪는 대우조선해양(042660)의 해양플랜트부문을 축소키로 했다. 사실상 대우조선을 지금처럼 운영해 현대중공업(009540) 삼성중공업(010140)까지 조선 3강(强)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안이다. 이 때문에 그간 정부가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강조해온 것과 달리 알맹이 없는 대책을 내놨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31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열린 제6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이를 주요 내용으로 한 ‘조선·해운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 따르면 조선 3사는 줄어든 발주 수요에 맞춰 2018년까지 인력을 6만2000명에서 4만2000명으로 32%, 도크(dock) 수를 31개에서 24개로 23% 각각 줄이기로 했다. 조선사별로 비핵심 사업·자산을 매각해 재무 상태도 탄탄히 하기로 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또한 재편된다. 대우조선은 LNG 등 차세대 선박산업에, 현대중공업은 조선에 부품 유통·서비스나 ICT·물류산업 등을 결합한 융복합 산업으로, 삼성중공업은 친환경·고부가 선박으로 각각 역량을 집중하는 식이다.
단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수주 절벽’에 대응해 정부는 2020년까지 공공선박 발주, 선박펀드 등을 활용해 11조2000억원을 투입, 선박 250척 이상을 발주키로 했다.
어려움을 겪는 해운업에 대해 정부는 선사들이 경쟁력 있는 선박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선박 신조 프로그램 등 6조5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 9월 철강·유화업에 이어 조선·해운까지 지난해 말 시작된 경기민감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방향 설정이 마무리됐지만 ‘맹탕’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구조조정 방안이라지만 가장 핵심인 대우조선에 대한 명확한 처리 방침이 빠져있다”며 “조선 3사의 생산을 줄이는 데 대책이 머물러 있어 실제 구조조정이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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