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기에 규제 강화…실수요자·세입자 자금마련 문턱 높아질 것"

김나경 기자I 2025.01.06 18:48:45

금융당국, 은행에 내부 DSR강화 주문
DSR 제외 대출도 소득 자료 검토해야
은행, 올해 심사 강화 계획 제출해야
부동산 하락기…규제강화 실효성 의문
전세대출 축소 시 월세 전환 가속 우려

[이데일리 김나경 박경훈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에 전세·집단대출에 대한 관리강화를 주문했다. 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DSR)에서 제외하던 대출도 ‘가능하면’ 소득자료를 받아서 검토하라는 것이다. 은행권에선 애초에 DSR 산정에서 전세·중도금 대출을 제외한 이유가 있는데 또다시 가계대출 관리 책임을 전가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DSR 규제에 포함되지 않는 데다 대출한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소득 서류를 받아서 관리 목적으로만 DSR을 산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는 당국의 주문으로 전세대출과 집단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어 무주택자나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한 자금 마련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전세·집단대출 ‘구멍’…재정비 필요

금융당국이 전세·집단대출에 대해 관리강화를 주문하고 나선 것은 전세·집단대출에 ‘구멍’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전세대출, 중도금·이주비 대출 등 모든 대출에 대해 차주 단위 DSR을 산출한 결과 DSR 70%를 초과한 한계 차주 수가 당국 예상보다도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이에 대해 정책 모기지 증가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정책모기지도 DSR산정시 일반 주택담보대출처럼 실제 상환 원리금을 모두 DSR 산정에 포함하기 때문이다. 중도금·이주비 대출은 25년 만기 기준 원리금으로 산정한다.

각 은행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전세·중도금·이주비 대출에 대해서도 소득 관련 증빙서류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보증기관의 보증비율이 높아 상환능력 심사에 소홀하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세·집단대출은 DSR 산정에 포함하지 않다 보니 은행들이 정보 확인에 소홀하다”고 말했다. 차주 단위 DSR 산출이 부정확해 재정비가 필요해진 만큼 이를 명확히 해 줄여나가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예컨대 카드 사용금액 등 다른 통계를 추가로 활용해 모든 대출에서 차주 소득 수준을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로도 볼 수 있다. 당국은 각 은행에 실제 차주의 소득, 대출 종류, 담보물건(아파트 등) 소재지 등 다양한 DSR 관련 정보를 수집하도록 했다.

올해 각 은행은 경영계획에 내부관리목적 DSR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계획을 세워 제출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언급하는 내부 관리용 DSR의 활용은 올해 수도권 지역의 가계대출이 급증했다면 내년에는 수도권을 줄이고 지방 지역의 대출공급을 늘리는 등 각 은행 내부적으로 산출한 DSR에 따라 대출공급을 다양화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전세·집단대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면 올 들어 대출 문턱을 낮추는 은행으로서는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DSR 제외 대출도 ‘가능하면’ 소득자료를 받아서 계산하라고 했는데 이는 사실상 전세·중도금 대출을 내줄 때 차주 소득 심사도 보라는 의미다”며 “내부관리목적 DSR이란 우회로를 내세워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예컨대 중도금 대출은 매뉴얼 상 소득서류를 꼭 받지 않아도 되고 차주도 그런 내용을 다 알고 있는데 고객에게 소득 서류들을 달라고 하면 고객의 반발이 심할 것이다”며 “큰 결격사유가 있지 않은 이상 중도금 대출은 차주의 소득 수준이 대출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은행이 심사를 강화한다는 것도 모순이다”고 덧붙였다.

은행권의 우려는 이번 규제 강화로 전세자금대출 등을 줄인다면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을 줄였다가 전세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하락기에 DSR 강화 비판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금융당국의 차주 단위 DSR 강화 사전 움직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동산 하락기인 현재 시장 상황과 실수요자를 도외시했다는 이유에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행정적인 이유로 ‘DSR 40%를 넘게 하지 말라’고 할 순 있겠다”며 “다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없을 순 없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근본적으로 지금 부동산 상황에서 40%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성토했다. 그는 “서울 집값이 조만간 하락 전환을 앞두고 있다. 통계적으로 집값이 안정된 상황이다”며 “이 같은 시기에 40%가 넘어가면은 큰일이고, 40%가 안 넘어가면 큰일이 아니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그는 DSR 규제가 강화되면 결국 세입자가 피해를 볼 거라 내다봤다. 김 소장은 “세입자가 투기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집착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역시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송 대표는 “물론 DSR을 강화하면 집값 안정 효과는 있긴 하겠다”며 “다만 현실적으로 강남권에 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소득이 적어도 대출이 잘 나오는 우회 경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실수요자 대상으로 대출 제한 생기는 것도 시장에 불안 요소다”며 “시장 전반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수치로만 부채를 막았다’ 해서 시장의 전반적인 안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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