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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김도형)는 9일 거액을 받고 정운호(51)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몰래 변론한 혐의(변호사법 위반 등)로 구속 기소된 홍 변호사에게 징역 3년에 추징금 5억원을 선고했다.
정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마카오·필리핀 100억 원대 원정도박 사건’에 연루됐다. 홍 변호사는 검찰 수사가 시작될 무렵 정 전 대표에게 “친분이 있는 검찰 관계자에게 부탁해 구속을 면하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정 전 대표는 이 대가로 홍 변호사에게 3억원을 건넸다. 홍 변호사는 “정당한 변론 활동으로 받은 보수”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은 홍 변호사의 행동을 불법 몰래 변론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홍 변호사가 선임계를 내지 않은 채 대검에서 함께 근무했던 최윤수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를 만났다”라며 “홍 변호사가 최 차장검사를 통해 파악한 정보를 정 전 대표에게 전달한 건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설명했다.
정 전 대표는 2010년 고급 외제 제품 사업을 준비하면서 서울메트로 우선협상대상인 S기업을 인수했다. 감사원은 이듬해 5월 서울메트로에 공개 입찰이 아닌 수의 계약으로 임대업체를 선정한 걸 개선하라고 지적했다.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정 전 대표가 감사 때문에 사업권을 빼앗기고 좌초될 위기에 몰렸다. 정 전 대표는 홍 변호사를 통해 이 상황을 반전시키려고 했다. 그는 홍 변호사에게 서울메트로 고위 관계자 청탁 대가로 이씨 등을 통해 2억원을 전달했다. 홍 변호사는 2011년 서울 P호텔에서 김익환(66) 전 서울메트로 사장을 만났다.
반면 홍 변호사는 “2011년 8월 검찰을 떠나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자 정 전 대표 등이 호의로 2억원을 줬다”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은 홍 변호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 전 대표가 2억과 별도로 개업축하금 명목으로 홍 변호사에게 3000만원을 보냈다고 진술했다”라며 “정 전 대표 사업 상황 등을 종합하면 2억원을 홍 변호사에게 청탁으로 건넨 뒷돈으로 봐야 한다”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홍 변호사가 개업 후 매출신고를 누락한 부분도 유죄로 판단했다. 홍 변호사가 그동안 누락한 수임사건 건수는 57건으로 수임료 약 32억원을 신고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종합소득세와 법인세 등 세금 합계 13억 원을 내지 않았다.
재판부는 “홍 변호사가 개인적인 친분이나 연고 관계를 이용한 이른바 전관예우로 거액의 수임료를 챙겨 사법부 불신을 키웠다”라며 “정당한 수사나 재판 결과마저도 불신하게 만들어 법치주의 뿌리까지 흔들었다”는 양형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