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연말 대목을 누리던 자영업자들이 거리두기 강화로 또다시 피해를 보면서 단단히 뿔이 났다. 정부의 방역지침을 위반하겠다는 업소가 등장하는가 하면, 집단휴업, 소등시위 등 집단행동을 통해 ‘생존’을 외치겠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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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일 만에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재실시하면서 지난 18일 자정부터 1월 2일까지 사적모임은 4명, 식당·카페의 영업시간은 오후 9시로 변경됐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는 여전히 잡히지 않는 실정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2일 0시 기준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7456명으로 집계됐고, 위중증 환자는 1063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다가오면서 매출 회복을 기대했던 자영업자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강도 거리두기에 분노하면서 방역지침을 위반하겠다는 업소까지 등장했다. 인천과 경기 용인, 하남 등 전국 14개 지점을 보유한 ‘더노벰버라운지’는 “본 매장은 앞으로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 지침에도 24시간 정상영업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이기도 했다. 24시간 프리미엄 카페·펍 형태로 운영하는 해당 업소는 1년간 누적적자가 10억원을 넘었지만 손실보상금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방역당국의 고발로 이들의 방역지침 거부는 무산됐다. 인천 연수구는 지난 21일 감염병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카페 본점과 직영점 1곳 등 2곳을 경찰에 고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더노벰버라운지 인천송도점 관계자는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21일부터 저녁 9시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오늘도 9시에 문을 닫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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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미접종자에 커피 제공”…‘소신’ 점주도
이런 움직임이 일면서 경기 부천에 있는 프랜차이즈 A카페는 지난 20일 백신 미접종자에게 커피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안내문을 붙이며 방역지침 반발에 동참하기도 했다. 안내문에는 “백신 미접종자는 바이러스 보균자가 아닙니다. 사회의 눈치 보느라 힘드셨죠?”라는 내용이 담겼다.
A카페 점주 김모씨는 해당 안내문이 논란이 되자 본사 측의 연락을 받고 안내문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SNS를 통해 “오늘 정말 버라이어티 한 하루였던 것 같다. 아침부터 여기저기서 응원의 메세지가 오고 매장 전화는 쉴 새 없이 매장에 울려 퍼졌다”고 밝혔다.
다만 여전히 대다수 자영업자들은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줄어드는 매출에 막막하다고 하소연한다. 동네 찌개집을 운영하는 김모(67)씨는 “낮에도 원래는 손님이 많았는데 (거리두기) 강화되면서 손님이 아예 없지. 지금도 한 테이블뿐이잖아”라며 “원래 밤 11시까지 술 손님들 있기도 한데 그것도 없고. 지난주 토요일은 아예 한 테이블도 못 받았어”라고 말했다.
대학가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허모(30)씨는 “운영시간이 짧아져서 가게 오픈을 오후 4시부터 하기로 결정했다”라며 “주변에서 힘내라고 하는데 억지로 힘내고 싶진 않다”라고 한숨 쉬었다. 17년간 식당을 운영했다는 백모(64)씨 또한 “직원들 월급을 다 줄이고 심지어 살고 있는 집도 내놨다”라며 “폐업하면 아무 보상도 없어서 폐업도 할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대(코자총)는 생계 위협을 받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오는 27일부터 이틀간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업소 간판 집단 소등’을 실시한다. 방역지침을 거부한 카페가 등장하자 집단휴업을 하자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이에 대한 투표도 진행하고 있다. 집단휴업 여부는 23일까지 집계된 투표 결과에 따라 정해질 방침이다.
민상헌 코자총 공동대표는 “소등 시위는 아예 장사를 안 하는 개념이 아니라 간판 불을 끄고 영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라며 “시위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방역지침과 관련된 지자체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스티커도 붙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