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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20일 롯데케미칼·롯데대산석화·HD현대오일뱅크·HD현대케미칼이 추진하는 대산 1호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국내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과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 시장의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가격 인상률을 제한하고 기존 제품 공급을 유지하도록 하는 등의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LDPE는 농업용 필름과 식품용기, 전선 피복, 종이컵 코팅 등에 쓰이고, EVA는 신발 밑창과 태양전지 필름, 요가매트 등에 사용되는 합성수지다.
대산 1호는 충남 서산 대산산업단지에 있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석유화학 설비를 통합하는 사업재편 프로젝트다. 구체적으로는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물적분할해 만든 롯데대산석화를 HD현대케미칼이 흡수합병하고, 양측의 나프타분해설비(NCC)와 석유화학제품 생산시설을 통합 운영하는 구조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으로 국내 LDPE·EVA 시장의 과점이 심해질 것으로 봤다. 경쟁사업자는 기존 한화·LG·롯데·HD현대 등 4곳에서 한화·LG·HD현대 등 3곳으로 줄어든다. 결합 후 생산능력 기준으로 3사가 약 50대25대25의 비율로 시장을 나눠 갖고, 판매량 기준 합산 시장점유율도 LDPE 82%, EVA 95%에 달한다.
공정위는 사업자 수가 줄어들면 가격 등을 서로 맞추기 쉬워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LDPE와 EVA는 제품 간 차이가 크지 않은 범용제품이고, 경쟁사의 생산능력이나 국제가격 등 주요 정보도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공급과잉이 이어졌던 시기 국내 LDPE 시장에서 10년 넘게 가격 담합이 지속된 전례도 고려됐다.
합병 이후 수익성이 낮은 제품의 생산·공급을 중단할 가능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LDPE와 EVA 구매자는 대부분 중소 플라스틱 가공업체인데 공급자가 3곳으로 줄어드는 데다, 납품처가 특정 규격의 제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거래처를 찾기 쉽지 않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는 이에 향후 5년간 LDPE·EVA의 국내가격을 수출가격에 연동해 제한하고, 기존 생산 제품은 수요자가 요청하면 계속 공급하도록 했다. 또 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HD현대오일뱅크 간 경쟁민감정보 교환을 금지하고,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 간 임직원 겸임도 막았다. 5년 뒤에도 경쟁제한 우려가 계속되면 시정조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번 결정은 심사 장기화 논란 끝에 나왔다. 공정위는 작년 11월26일 임의적 사전심사 신청을 접수한 뒤 약 20개 석유화학 제품의 생산·판매·수출입 현황 등을 분석해왔지만, 잇따른 자료 보완 요구 등으로 심사가 길어지면서 업계에선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전성복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상품의 다양성과 거래의 복잡성 등을 고려하면 신속하게 심사하려고 노력했다”며 “법정 심사기간 내 처리했으며 산업 구조조정이 범정부적으로 추진되는 만큼 최대한 신속히 심사했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후속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현재 ‘여수 1호’ 기업결합도 심사 중이다. 여수 1호가 계획대로 추진되면 롯데케미칼을 매개로 HD현대케미칼과 여천NCC가 지분으로 연결돼 업체 간 가격 협조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전성복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여수 1호 등 이어지는 석유화학 기업결합에 대해서도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국내 석유화학 시장의 경쟁을 보호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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