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레미콘, 단가 인상에 한숨 돌렸지만…난관은 여전

함지현 기자I 2022.04.26 16:29:19

건설사 납품가 내달부터 11~13.1% 인상키로
레미콘 운반사업자 운반비 상향 요구 우려 남아
원자재 수급 불안·유가 상승 등도 불안 요소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레미콘사들이 건설업계와 레미콘 가격 인상에 합의하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다만 시멘트 값에 영향을 주는 원자재 수급이 여전히 불안한데다 레미콘 운반 사업자들의 운반비 인상 요구 등 불안 요소가 남아 있어 경영 상황이 크게 나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의 한 시멘트 공장에 레미콘 차들이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경인지역 레미콘사와 건설업계는 다음 달부터 레미콘 단가를 11~13.1% 인상키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1㎥당 레미콘 단가는 현재 7만 1000원에서 7만 8800~8만 300원으로 7800~9300원 오른다.

앞서 레미콘사들은 시멘트와 골재 가격 상승 등의 이유를 들어 건설사에 레미콘 단가를 15~20%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수도권 138개 레미콘사들은 가격 협상 결렬 시 수도권 200여 공장 파업을 예고하기도 했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당초 요구하던 수준은 아니지만 적정 금액에서 협상을 마쳤다고 생각한다”며 “자칫 원자재 인상분을 모두 떠 안을 수도 있었는데 한숨 돌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레미콘 값이 올랐다고 해서 레미콘사들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앞으로 남아 있는 숙제들이 산적해 있어서다.

먼저 레미콘 운반 사업자들의 운반비 인상 요구가 점차 압박으로 다가오는 모습이다. 이미 충청과 제주 등 지방을 중심으로 레미콘 운반비 인상 요구가 이어진다. 대전과 청주를 비롯한 충청권에서는 레미콘 운송조합이 3년간 비용을 올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파업 등 강경 대응에 나선 결과 17~22%가량 운송비 상향이 이뤄졌다. 제주지역에서도 최근 레미콘 운송 사업자들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 가입하며 15% 운반비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밖에 수도권에서도 운송비 협상 시한이 다가오고 있다. 오는 6월쯤이면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호남권 등에서도 이미 관련 협상을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구체화하지는 않았으나 올해 역시 물가 상승률과 낮은 소득 등의 이유를 들어 두 자릿수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레미콘 운반비는 레미콘 가격이 오른 데 비해 더 높은 상승 폭을 보여왔다. 실제로 수도권에서 2009년 대비 지난해 레미콘 운반비는 83.5%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레미콘 가격은 26.3% 오르는 데 그쳤다.

이처럼 운반비 오름세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레미콘을 운반하는 믹서트럭 총 대수를 정해둔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건설기계 수급조절제도는 무분별한 난립에 따른 과잉공급 해소 등이 목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09년부터 2년 단위로 공급량을 심의·결정해왔으나 매년 등록 대수를 동결해왔다. 지난해 수급조절위원회에서도 내년까지 신규등록 제한을 결정해 총 14년간 증차가 무산됐다.

레미콘사들은 레미콘을 운반할 수 있는 차량 대수가 정해져 있다 보니 운송사업자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혹여 이들이 파업에라도 나선다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수급조절 제도로 인해 한차례도 영업용 믹서트럭을 증차하지 못하다 보니 운반 사업자들이 요구하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며 “독점·우월적 지위의 운반 사업자들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운반비 인상을 요구하고 노조를 결정해 불법 쟁의까지 도모하니 운반비가 급등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유가 급등도 부담이다. 레미콘사들은 차주들에게 유류도 함께 지원하고 있는데 최근 경윳값이 리터당 2000원에 육박해 그 부담까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시멘트나 골재 등 원자재 값 급등으로 언제 또 다시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이 관계자는 “레미콘 운반비 인상 논의를 앞두고 있고 원자재 수급 불안도 여전하다”며 “꺼야 할 여러 가지 불 중 하나를 끄기는 해지만 어려운 상황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