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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3연임 앞두고 '공동 부유' 강조…부자세 도입하나(종합)

신정은 기자I 2021.08.19 17:18:15

시진핑 집권 후 공산당 ‘공동 부유’ 강조
개혁개방 이후 中 정책 변곡점 맞나
시진핑 내년 3연임 결정…민심 중요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지난 3월 4일 수도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개막된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연례 전국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베이징 로이터/연합뉴스)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을 중심으로 한 중국 지도부가 국정 기조로 ‘공동 부유(共同富裕)’를 강조했다. 시진핑이 내년 3연임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인민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민심을 얻겠다는 야심이다. 앞으로 중국에서 ‘부자 증세’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소득 계층·기업, 사회에 보답해야”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공동 부유’ 정책을 펴나가는 과정에서 세금과 관련한 후속 대책이 나올 지에 주목하고 있다.

슝위안 궈성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일반 개인의 소득세를 인하하는 대신 부동산 보유세, 상속세, 양도소득세를 포함한 ‘부자세’를 강화하거나 자선기금이나 공공 기부금에 대한 우대 조치를 도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지만 부자들에게 물리는 세금이 선진국보다 적다. 상속세가 없고 부동산 보유세도 일부 시범 도시에서만 도입됐다.

앞서 중국 공산당은 지난 17일 시 주석을 비롯한 공산당 핵심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베이징에서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를 열고 ‘공동 부유’ 추진 방안을 주제로 회의를 개최했다.

시 주석은 “공동 부유는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로서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특징”이라며 “인민이 중심이 되는 발전 사상을 견지해 높은 질적 발전 중 공동 부유를 촉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은 이날 회의에서 시 주석이 집권한 18차 당대회 이래 당이 공동 부유를 더욱 중요한 목표로 삼았다면서 공동 부유 실현을 통해 당의 장기 집권 기반을 부단히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표 실현을 위해 부유층과 기업이 차지하는 몫을 줄여야 한다는 방향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중국 공산당은 “고소득 계층에 대한 조절을 강화해 법에 따른 합법적 소득은 보장하면서도 너무 높은 소득을 합리적으로 조절하고 고소득 계층과 기업이 사회에 더욱 많은 보답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산당은 또한 “공동 부유는 소수의 부유함도 아니지만 동시에 획일적인 균등주의도 아니어서 단계적으로 공동 부유 목표를 촉진해야 한다”며 “(경제) 발전 능력을 강화해야만 더욱 공평함을 추구하는 조건을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공산당은 공동 부유가 단순히 파이를 나누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파이를 키우면서 분배도 동시에 강화하는 개념이며 정책 역시 점진적으로 시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신정은 기자
◇개혁개방 이후 중대한 변곡점 맞나

공동 부유 목표 전면화는 덩샤오핑(鄧小平) 때 시작된 개혁개방 이전의 마오쩌둥(毛澤東) 시절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만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을 도입해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왔으나 최근 몇년간 성장 속도가 줄었고, 이번 공동 부유의 시작은 중대한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분배 강화 정책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체탄 아야는 예전에도 높은 임금 분배 시도가 가계에는 도움이 됐지만 자본 소유주들에게는 영향을 끼쳐 대가를 치렀다고 지적했다.

SCMP는 “(공동 부유 계획이) 부자에게 돈을 강탈해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로빈후드식까지 나아간 것은 아니지만 더욱 균형 있는 경제를 요구하고 있다”며 “지난 수십 년 동안 인기 있었던 자본 집약적 투자가 아닌 풀뿌리 소비를 핵심적 경제 동력의 초점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이번 목표는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위한 기반 다지기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중국은 당헌과 당장 개정 등을 통해 10년마다 국가 주석을 교체해왔던 연임 규정을 이미 철폐했다. 시진핑은 사실상 3연임을 통한 장기 집권이 가능해진 상태다.

시 주석은 현재 외부적으론 미국 등 서방국의 압박을 받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홍콩, 신장위구르, 대만 등 영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내우외환’에 빠져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에 실패한다면 민심을 잃을 공산이 크다.

한편 시 주석이 공개석상에 나타난 건 지난달 30일 베이징에서 열린 공산당 정치국 회의와 집단학습에 참석한 이후 18일만이다. 시 주석은 그동안 축전 등을 외국 정상에 보내고 서면으로 연설했지만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외교가에서는 전·현직 지도부가 여름철 휴가를 보내면서 현안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 회의가 열렸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의제나 일정은 물론 개최 사실도 공개되지 않는 비밀회의다. 올해 회의는 시 주석의 임기 연장을 비롯한 고위 인사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제기돼 관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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