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직고용을 요구하며 한 차례 파업에 돌입했던 콜센터 직원들은 10일부터 건보공단 원주 본사를 점거하며 무기한 파업에 나섰고 이를 두고 내부 직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청와대 청원에까지 게재되며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해 김용익 공단 이사장이 단식에 돌입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국민 정보 보호하려면 직고용 필요”
건보공단의 콜센터는 전국 7개 민간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11개 협력사에서 1600여명의 상담사가 근무 중이다. 이들은 모두 민간위탁업체의 정규직 직원이다.
이들은 민간업체가 국민의 건강이라는 민감한 정보를 다루고 있는 현재의 간접고용 체계를 비판하며 직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번호부터 출입국내역, 이혼, 재혼 이력 등 개인 정보를 상담사들이 조회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보호하려면 공단이 상담사들을 직고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상담사들이 민간업체에 소속돼 있다 보니 상담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도 주장한다. 민간업체들은 상담 수를 늘리기 위해 되도록 상담을 빨리 끝내라고 압박한다는 것이다.
상담사 노조는 김용익 이사장과의 교섭을 요구하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고 15일에는 청와대 앞 행진과 각 지역의 민주당사 앞에서 집회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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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들의 장기 파업을 두고 건보공단의 대응은 현재 내부 직원들과 공단 공식 입장이 갈리고 있다. 직원들은 직고용을 반대하고 있고, 공단은 정부의 정규직 전환 단계에 따라 논의를 해보자는 입장이다.
직원들은 콜센터 상담직원 직고용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공단에 들어오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취업준비생과의 형평성과 공정성에 어긋나는 ‘역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단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3단계에 따라 ‘고객센터 민간위탁 사무논의 협의회’를 구성해 2019년부터 상담사 직고용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그동안 공단은 경영진 독단으로 상담사들을 직고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5월 21일 협의회를 재개하고 18일에도 협의회를 열 예정이다.
그러나 김 이사장이 3월 초부터 전국 지역본부를 순회하며 설명·토론회 등을 직원들과 만나 해당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협의회가 개최되자 직고용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며 현재로서는 김 이사장을 향한 공단 직원들의 불신도 불거진 상황이다.
◇해결방안 보이지 않아…갈등 악화만
문제는 이번 사태에 대한 해결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상황은 마치 상담사들과 건보공단 내부 직원들의 ‘노노갈등’으로 비치고 있다. 공단은 상담사들의 파업 중단을, 건보공단 노조에는 협의체 참여를 요구하고 있으나 양쪽 모두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결국 두 가지를 요구하며 김 이사장이 단식에 나섰으나 이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다. 공단이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공단으로서는 1600명에 이르는 상담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도 부담인데다 제2의 인국공 사태에 대한 논란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상담사들의 파업으로 인한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불편이 장기화하는 것을 방치하거나 위탁운영에 따른 문제를 그대로 안고 가는 점도 부담이다.
고용노동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3단계인 민간위탁 분야에 대해 기관별 자율적으로 민간위탁 유지 또는 직접고용을 검토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는 입장으로 한발 물러서 있다.
이 상황이 지속하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이 장기화하고 취준생들의 여론, 정규직 전환 정책 등이 얽혀 사회적 갈등으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간단한 문제가 아닌데 이전 사례에 경솔하게 접근한 측면이 있다”며 “건보공단 문제는 권한이 있는 주무부처나 대통령 등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상황이며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