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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세종=박종오 기자] ‘갤럭시’는 삼성전자를 넘어 우리나라의 대표 브랜드다. 삼성그룹 전체의 ‘캐시카우’로 2010년대 들어 우리 산업계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업종으로 꼽힌다.
갤럭시노트7은 그런 갤럭시 브랜드의 양대산맥 중 하나다. 이번 단종 쇼크는 삼성전자(005930) 한 회사를 넘어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비등한 이유다. 가뜩이나 저성장에 신음하고 있는데, 만만치 않은 악재가 나타난 것이다.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최대 이슈는 갤럭시노트7이었다. 민간회사의 단일제품이 거시정책 당국인 한은에서 집중적으로 거론된 건 이례적이다.
“갤럭시노트7 단종 결정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에 얼마나 반영됐습니까?”
“갤럭시노트7 쇼크가 예상보다 커지면 추후 성장률 전망을 수정할 수도 있습니까?”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한은은 똑 부러진 답을 내놓지 못 했다. 이주열 총재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2.8%로 기존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하며 “내년 성장률 전망시 갤럭시노트7 문제를 어느 정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삼성전자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서 생산 차질 등을 전망할 때 고려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성장률 전망 작업) 그 후에 단종 결정이 있어 충분히 반영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적극 대응하고 있고 다른 제품으로 이전효과도 있을 것”이라면서 “그걸 감안한다면 앞으로 수출 등 영향이 최소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은의 고민 “브랜드 가치까지 예측 쉽지 않아”
실제 갤럭시노트7 쇼크는 한은에 적지 않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가장 큰 리스크는 불확실성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올해 3분기 잠정실적에서 영업이익 전망을 기존보다 2조6000억원 더 줄였다.
다만 이는 삼성전자에 국한된 얘기다. 당장 삼성전자 외에 갤럭시 브랜드를 발판으로 성장한 그룹 내부의 부품사들과 그룹 외부의 협력사들도 실적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고스란히 임금과 고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갤럭시 브랜드 가치의 하락도 예측이 쉽지 않다. 당장 내년 상반기 출시될 수 있는 갤럭시S 시리즈 스마트폰이 전처럼 판매실적을 올릴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한은 한 관계자는 “국내총생산(GDP)은 일정 기간 내의 물적 생산량을 추계하는 것”이라면서 “브랜드 가치를 미리 예측해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은 관계자는 “민간회사들, 특히 삼성과는 실시간으로 수치 자료를 공유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했다. 한은은 삼성전자의 대응에 따라 사후적인 성장률 추계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셈이다.
장민 한은 조사국장의 발언도 고민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갤럭시노트7의 영향이 아예 없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 “그 영향으로 신뢰도가 추락한다면 (경제성장률에) 좋지 않은 것이고 대체 휴대폰으로 수요 이전이 일어난다면 효과는 미미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당장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는 의미로 보인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노트7의 영향이 한은의 성장률 전망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시장 기대보다 한은의 전망치가 너무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해외생산 급증…“영향력 미미할수도”
다만 당장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성장률 집계의 기준이 되는, 국내 전체 생산에서 휴대폰의 비중이 높지 않아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전체 광업·제조업 생산액 중 휴대폰 관련 생산액 비중은 2009년 3.9%에서 2011년 3.4%, 2013년 3.1%, 2014년 2.6%로 꾸준히 줄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만들어내는 광업·제조업 최종 생산품의 생산액이 1조원이라면 휴대폰 생산액은 26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전체 광업·제조업에서 이동전화기 제조업 생산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9년 4.9%에서 2014년 3.8%로 감소해왔다. 최종 생산액에서 원재료비·연료비·전력비·외주가공비 등 직접 생산 비용을 뺀 이동전화기 제조업의 부가가치 비중도 2009년 전체의 6.4%에서 2014년 4.8%로 줄었다.
이는 삼성전자가 해외생산 비중을 꾸준히 높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해외생산 비중은 2010년 15.9%에서 2011년 56.5%로 껑충 뛴 후 올해 2분기 기준으로 88.4%에 육박하고 있다. 1년에 스마트폰 1억대를 생산한다면 이중 국내 생산 물량은 1160만대에 그친다는 의미다.
통계청 한 관계자는 “휴대폰업체가 해외생산을 크게 늘리면서 국내 생산액도 계속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