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여성이 가사노동에 들이는 시간은 남성의 5배에 달했다. 부부가 똑같이 직장을 다니며 돈을 벌어와도 가사노동은 여전히 여성 몫이라는 얘기다.
한국 남성들의 ‘가사 기피증’은 유독 심한 편이다. 한국 남성들이 가사노동에 할애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45분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였다.
◇맞벌이 女, 남성보다 가사노동 5배 많아
남성들은 가사일에 대해선 ‘언행불일치’를 보여줬다. 이번 조사에서 부인과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혼 남성의 비율은 47.5%에 달했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겼다고 답한 남성은 16.4%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한국 남성의 1일 평균 가사노동시간은 45분으로,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주요 29개국 중 가장 짧은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덴마크 남성의 일평균 가사노동시간이 186분으로 가장 길었다. 다음으로 △노르웨이 184분 △호주 172분 △에스토니아 169분 △슬로베니아 166분 △독일 164분 △미국 161분 등의 순이었다. 한국 남성들의 일평균 가사노동시간은 OECD 평균(139분)보다 94분이나 적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여성의 일평균 가사노동시간은 227분으로 남성보다 182분이 길었다.
남녀간 가사노동시간 차이는 OECD 국가 중 7번째로 큰 것이다. 우리보다 남녀간 가사노동 시간 격차가 큰 나라는 △인도 300분 △터키 261분 △멕시코 260분 △일본 237분 △포르투갈 232분 △이탈리아 211분 등이다. 남녀간 가사노동시간 차이가 가장 적은 국가는 노르웨이로 31분밖에 차지가 나지 않았다.
◇육아휴직 男, 1000명 이상 늘었지만…
지난해 육아휴직 사용자는 전년(6만 9616명)대비 10.4%(7217명) 증가한 7만 6833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육아휴직 사용자중 여성이 7만3412명으로 전체의 95.5%를 차지했다. 여전히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도 3421명이나 돼 전체의 4.5%를 차지했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는 2013년(2293명)년과 비교하면 1년새 1128명(49.2%)이나 늘었다. 10년 전인 2004년(181명)과 비교하면 18.9배나 급증한 것이다.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늘어남에 따라 맞벌이 가구가 늘어난 상황에서 아이를 낳은 뒤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육아에 동참하는 남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는 극소수에 불과해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자가 무슨 출산휴가를 가냐’는 식의 부정적 사회 인식이 팽배해 남성들의 육아휴직 신청이 크게 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육아휴직자가 육아휴직 종료 1년 후 동일사업장에 근무하는 비율을 뜻하는 직장유지율은 59.5%(2013년)로 전년대비 2.2%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10명 중 4명은 육아휴직후 직장에 복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을 양산하고 있다. 올해 기혼여성 취업자(560만 5000명) 가운데 직장을 그만둔 경험이 있는 경단녀는 45.3%에 달했다. 경력단절의 주요 사유는 결혼(36.9%), 육아(29.9%), 임신·출산 (24.4%)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