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된 삼성전자 모바일…"우려가 현실화됐다"

박철근 기자I 2014.10.07 17:28:33

IM 실적 악화로 작년보다 영업익 절반 이상 감소
4Q 이후 반등 모멘텀 부재가 더 큰 문제 지적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갤럭시S5가 정말 잘 돼야 합니다. 삼성전자의 사운이 걸린 제품입니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참석한 삼성전자(005930) 고위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맹주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그의 발언은 엄살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불과 수개월 만에 삼성전자의 사운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됐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70% 이상을 담당했던 정보기술(IT)·모바일(IM) 부문의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회사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7일 올해 3분기에 4조1000억 원의 영업이익(잠정)을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3분기 10조160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실적을 거둔지 불과 1년 만에 약 60%나 감소한 수치다.

지난 2분기에 영업이익 8조 원 벽이 무너진 지 불과 1분기 만에 실적 하락이 이어져 3년 만에 5조 원 이하로 떨어졌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실적 추이를 보면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IM부문의 추락, 전사 실적악화로 이어져

IM부문은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70%를 담당해 왔기 때문에 IM 부문의 성패는 곧 삼성전자 실적과 연결된다.

지난 2분기에 IM부문이 4조42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8조 원 벽이 무너지면서 7조19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번 잠정치에서도 무선사업부를 포함한 IM부문의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4조 원대로 추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예상보다 영업이익 하락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IM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이 2조 원을 밑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스마트폰 사업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에 대한 우려는 존재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한 임원은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점에 대한 우려는 항상 있었다”면서도 “당장 스마트폰 사업을 대체할 수 있는 사업이 나오기 어려운 환경을 감안하면 앞으로가 더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IM부문이 추락하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다. 갤럭시S3 이후 빅히트 제품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갤럭시S3 이후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의 맹주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특히 이 제품은 전작보다 성능이 두 배 이상 좋아진 1.4㎓ 쿼드코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탑재했다. 아직도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쿼드코어 AP가 탑재되고 있는 점은 갤S3가 당시 얼마나 혁신적인 제품이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울러 샤오미, 화웨이, 레노버, ZTE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약진을 얕잡아봤던 자만심도 IM 부문 추락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중국 시장에서 스마트폰 1위 자리를 뺏은 샤오미가 ‘Mi4’를 출시했을 때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이 무선사업부에 직접 시제품을 구해오라고 지시한 점은 많을 걸 시사한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비중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하고 있지만 당분간 스마트폰 사업을 대체할 수 있는 사업이 나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한 주역들이 위기에 빠진 스마트폰 사업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선사업부의 부진은 디스플레이, 시스템LSI 등 연관산업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삼성전자는 “무선 제품 수요 약세에 따라 시스템LSI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수익성이 약화하면서 3분기 실적이 악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4분기 이후가 더 걱정…성장 모멘텀 부재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오히려 4분기 이후를 걱정하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3분기 실적 악화는 이미 예견됐기 때문에 내부는 오히려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4분기에도 실적을 반등시킬만한 모멘텀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4의 경우 갤럭시S 시리즈처럼 대대적으로 팔리는 제품은 아니다. 특히 매년 하반기에 가장 치열한 경쟁을 펼치던 아이폰도 대화면 제품으로 출시되면서 갤럭시노트만의 차별화를 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 메탈 소재의 외관을 적용한 ‘갤럭시알파’, 중저가 제품군인 ‘갤럭시A’ 시리즈 등 제품을 다변화하고 있지만 중국 스마트폰업체가 주도권을 잡은 중저가 제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지 의문이다.

오상우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들의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량이 지속 확대되고 있고 애플의 아이폰6·아이폰6+의 판매가 삼성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중저가 스마트폰 제품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메모리 반도체와 스마트폰이 실적을 견인하는 상황에서 스마트폰 실적이 가시적으로 반등하지 못하면 지난해와 같은 사상 최대 실적을 재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기업간거래(B2B)처럼 이익률이 높은 사업을 강화하고 스마트홈·웨어러블(착용형)·사물인터넷(IoT)·소프트웨어 등의 사업을 중장기적으로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스마트홈 등의 사업은 아직 수익으로 연결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당분간 실적 압박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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