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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CC 기후변화보고서 유출…“10년 간 온실가스 절반 줄여야”

김무연 기자I 2021.08.13 17:08:46

과학자 단체 초안 유출…기후변화 심각성 희석 우려
온실가스 감축 위해 화석연료 개발 금지해야
상위 10%가 전세계 탄소 45% 배출…"생활양식 변해야"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내년 초 발간 예정이던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 초안이 유출됐다. 보고서를 공개한 과학자들은 각국 정부가 최종본에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약화시킬 것을 우려해 유출을 강행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8년 이상기후 현상으로 메말라버린 말라위의 칠와 호수(사진=AFP)


1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환경운동단체 ‘과학자 반란’(Scientist Rebellion) 스페인 지부는 IPCC가 작성하는 6차 평가보고서 일부를 공개했다. 초안을 최초로 입수한 스페인 매체 CTXT는 공식 보고서가 기후변화 우려를 희석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이 유출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각국 정부는 보고서 내용을 압축한 ‘정책입안자들을 위한 요약’을 수정할 권한을 갖고 있다.

IPCC 보고서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과학 △기후변화의 영향 △기후변화 완화방안 등 세 부문으로 구성된다. 이번에 폭로된 부분은 세 번째 ‘기후변화 완화 방안’ 부문으로 공식적으로 내년 3월 발표될 예정이었다. 유출된 초안에는 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세계 부유층이 생활 양식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초안은 향후 10년간의 배출 감소는 지구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유지한다는 파리기후협약 내용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만약 기온이 이 이상 상승하면 광범위한 파괴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초안은 이를 위해 향후 10년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배출제로)’에 도달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근 권고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화석연료 개발이 일절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현재 건립 중 화력발전소는 가치가 급락하는 ‘좌초자산’이 돼 큰 문제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축 화력·가스 발전소의 경우 수명이 수십 년에 달하지만 9~12년 내에 헤체돼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초안은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수조달러에 이를 수 있다면서 화력발전 관련 투자를 저탄소 상품과 서비스로 돌려야 한다고 짚었다.

또한 보고서는 기후 변화를 피하기 위해서는 상류층의 생활 습관 변화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초안에 따르면 세계 상위 10% 부유층의 탄소배출량은 전체의 36∼45%로 하위 10% 빈곤층(3∼5%)의 10배에 달한다. 이에 따라 세계 부유층은 과도한 냉난방을 줄이고 이동 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육류 대신 식물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등 생활 습관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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