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쿠팡은 공모가 주당 35달러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다고 밝혔다. 이를 기준으로 산정한 쿠팡의 기업 가치는 약 600억 달러(68조원)다. 공모가 35달러에 전체 발행 주식 수 17억여 주(올해 1월 말 기준)를 곱한 금액이다.
이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상장 기업 중 삼성전자(005930)(시가총액 490조원), SK하이닉스(100조원) 다음으로 큰 규모다. 쿠팡이 한국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LG화학(051910)(66조원)이나 네이버(035420)(61조원)보다도 높은 몸값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셈이다.
쿠팡의 기업 가치는 이마트(139480), 롯데쇼핑(023530), BGF리테일(282330), GS리테일(007070), 신세계(004170), 현대백화점(069960) 등 대기업 계열 유통사 6곳을 합친 것보다 3배 넘게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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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의 한 유통 담당 애널리스트는 “국내 투자자들은 한국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쿠팡 기업 가치도 너무 비싸다고 평가하지만, 외국에서 보는 시각은 다르다”면서 “쿠팡이 당일 배송과 주말 배송은 물론 신선 식품 배송(로켓프레시), 음식 배달(쿠팡이츠) 등 미국 아마존도 하지 않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혁신적이라고 받아들이는 듯하다”고 전했다.
반면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실제로 쿠팡의 주가 매출액 비율(PSR·시가총액을 연간 매출액으로 나눈 값)은 작년 매출액 기준 5배로, 미국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아마존(4.2배)보다 높다. 이베이(3.5배), 징둥닷컴(1.2배) 등도 쿠팡에 못 미치고, 성장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알리바바(7.1배) 정도만 쿠팡을 넘어선다.
PSR은 쿠팡 같은 이커머스 기업의 가치를 비교할 때 주로 사용하는 지표다. PSR이 다른 회사보다 높다는 것은 쿠팡의 주식 가치가 그만큼 고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일부에서 쿠팡의 주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고 보는 배경이다. 투자자들이 적자 기업인 쿠팡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베팅하기엔 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커머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쿠팡 상장으로 재평가됐던 국내 이커머스 기업 가치도 쿠팡 주가가 하락세를 보일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