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수요가 늘어난 육류나 채소류 등은 가격이 크게 올라 서민들의 체감 물가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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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6으로 전년동월대비 0.3% 올랐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1~3월 1%대 상승세를 이어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된 4월 0.1% 상승에 그쳤다. 5월에는 마이너스(-) 0.3%로 하락 전환했고 6월은 보합(0.0%)에 그쳤다.
소비자물가가 상승한 것은 4월 이후 3개월만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저물가 기조는 지속되고 있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지수(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는 1년 전보다 0.7% 올라 지난해 8월부터 12개월 연속 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체감 지표인 생활물가지수도 0.0% 보합에 그쳤다.
물가 상승률이 낮은 수준에 머무르는 이유는 공급과 수요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먼저 국제유가 하락세로 석유류 가격은 전년동월대비 10.2% 하락했다. 국제유가의 경우 지난 5~6월보다는 회복세를 보였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아직까지 낮은 수준이다. 전기·수도·가스는 도시가스 요금을 인하하면서 4.5% 내렸고 공공서비스(-1.9%)도 고등학교 무상 교육·급식 등 정책 효과가 저물가 원인으로 작용했다.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의 효과도 수요 회복에는 제한적이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재난지원금이 돼지고기 등 일부 품목의 가격 상승에는 영향을 줬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밥 소비가 늘어난 부분도 있다”며 “외식 품목은 전월대비 0.1% 상승에 그친 것을 볼 때 긴급재난지원금이 물가 상승 영향에는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외식 품목의 경우 전년대비 기준 통상 2~3%대 상승폭을 나타내지만 지난달에는 불과 0.6% 오르는데 그쳤다. 재난지원금이 서비스업에 주로 쓰였음에도 외식 부문이 부진했다는 점에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한계가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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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소비자물가는 낮은 수준이지만 장바구니 물가는 껑충 뛰었다. 지난달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동월보다 8.4% 올라 2018년 11월(10.5%) 이후 20개월만에 상승폭이 가장 컸다. 신선채소가 16.5% 급등했고 신선어계와 신선과실은 각각 6.0%, 2.2% 올랐다.
품목성질별로도 농축수산물은 2018년 11월(7.6%) 이후 최고치인 6.4% 상승폭을 기록했다.
안 심의관은 “배추·무 등 채소류가 장마 영향으로 출하량이 줄어 16.3% 올랐고 수박 등 과실도 출하량 감소로 2.2% 상승했다”며 “지난해 7월은 작황 호조로 가격이 많이 낮아 기저효과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품목별로는 돼지고기와 국산 쇠고기가 1년 전보다 각각 14.3%, 9.8% 올랐다. 채소류 중에서는 양파가 39.9% 오른 것을 비롯해 고구마(37.0%), 상추(35.9%), 배추(35.7%) 등이 30%대 상승세를 나타냈다.
정부는 8월에도 이어지는 장마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농작물 피해가 커지고 있어 앞으로도 채소류 등의 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준범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8월 소비자물가는 장마·태풍 등 기후 여건과 향후 코로나19 전개양상 등이 주요 변수”라며 “물가 상·하방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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