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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인민은행 부총재 "美국채 아킬레스건"‥매각 가능성 언급

김인경 기자I 2019.08.12 16:32:19

무역전쟁 장기화 목소리 커지며 '더 강한 카드' 필요성
美국채 매각시 中 역시 손실…가능성 낮다 지적도

[AFPBB 제공]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점점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위안화 평가 절하 카드에 이어 미국 국채 매각 카드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12일 중국 인터넷 매체 제멘신문에 따르면 지난 10일 저우샤오촨 전 인민은행 총재와 천위안 전 인민은행 부총재 등은 헤이룽장성에서 ‘제3회 중국 40인 금융포럼’에 참여해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미국 국채 매각을 언급했다.

천 전 부총재는 “미국은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가 미국을 억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는 미국이 약점이 없다는 건 아니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민은행 관계자도 “미국과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중국은) 더 많은 후속 조치들을 시행할 것”이라며 미국 국채 매각 가능성을 언급했다.

중국내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길어질 것을 예상하며 중국도 강하게 미국에 맞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인민은행 전 고위 간부들이 국채 매각 카드까지 거론한 것이다.

앞서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전략을 이미 세우고 있다”며 “미국 국채 매도가 곧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은 미국의 최대 채권국으로 현재 약 1조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미국 국채 발행잔액의 5%에 달하는 규모다. 만약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를 매도한다면 미국 국채 가격은 폭락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 국채 매각을 실제로 단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미국 못지않게 중국 역시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거 팔면 채권시장에 미국 국채 수량이 확대되며 가격은 내려간다. 가격이 떨어지는데도 미국 국채를 파는 것은 중국 역시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중관계가 악화할 때마다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설이 부각됐지만 단 한번도 실현되지 않은 것 역시 이 때문이다.

미국의 매각한 미국 국채를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가 모두 매입할 경우 미국에 타격도 별로 주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게다가 중국이 미국 국채를 팔면 외국 자본이 미국 국채로 몰려가면서 중국 주식과 채권 시장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컨설팅 기업 유라시아그룹의 마이클 힐슨은 “중국은 무역전쟁 동안 위안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외국자본 유입이 필요하다”며 중국이 미국 국채 매각을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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