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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하노이에서 합의가 없은 직후라는 점에서 볼 때 너무나 이해할 수 있는 행보”라며 “미국과 트럼프 행정부에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제재의 압박에서 벗어나고지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정치적 고립을 탈피하고 경제적 고립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러시아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는 북한 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걸 과시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미국을 북한 문제에 개입시키기 위한 ‘일련의 행동’(series of action) 중 하나라고 봤다. 그는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떠나지 않게 하면서 미국의 제재를 돌파하기 위한 행동”이라며 “북한은 한반도에 실질적인 위협을 행사하진 않으면서 미사일 발사를 하고 도발적인 행동이나 언행을 통해서 미국의 주의를 계속 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가치있는 행동’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은 “북한의 비핵화 과정 자체에 대해 진전을 보겠다는 전제 하에 이런 행동들은 의미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또 대미 관계 악화 등으로 위기에 몰린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도 김 위원장과 연대가 ‘위안’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은 “푸틴 대통령은 지금 상황을 비틀기 보다는 비핵화의 판을 살짝 틀어줌으로써 미국을 곤란하게 할 수도 있다”이라며 “동아시아에서 러시아가 국제관계의 한 축으로서 영향력이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러시아를 간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은 지난 2월말 열린 하노이회담(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를 못 냈다고 해서 실패했다고 규정할 수는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북한이 트럼프 정부에 기대했던 건 클린턴·부시·오바마 때처럼 엄청난 노력을 들여서 까다롭고 세밀한 합의를 끌어내는 게 아니라 ‘원 샷’으로 한 번에 통 크게 합의할 수 있는 방법을 원했던 것 같다”며, “북한이 하노이회담에서 배운 게 있다면 트럼프가 자기들의 요구를 다 들어줄 의도가 없다는 사실과 실질적으로 단계를 밟아나가는 하드 워크가 남았다는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김 위원장과의 두차례 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 이슈가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 왜 이전 정부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했던 것인지를 알게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은 “하나의 프로세스로서 단칼에 완벽한 비핵화를 이룰 수 없다면 중간 과정으로 북한이 유의미한 감축 시도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핵 시설) 사찰이나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기까지 단계별로 쪼개서 검증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는 특정시설 핵 시설의 완전한 폐기가 아니라 전반적이고 포괄적인 비핵화를 위한 단계들을 하나씩 이행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