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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변인은 이후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물러나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 여러분에게 드린 글(사퇴 입장문)을 써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앞서 이날 오전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입장문을 통해 “막상 떠나려고 하니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얼굴이 맨 먼저 떠오른다”며 사퇴 의사를 전했다. 김 대변인은 출입기자들을 통해 사퇴 의사를 공식화한뒤, 이날 오후 대통령과 오찬과 산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변인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 걱정의 말씀을 하시더라”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전날(28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공직자 재산 변동 내역을 통해 지난해 서울 동작구 재개발 지역에서 25억원 상당의 고가 건물을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며, 부동산 안정화 정책을 펴온 문재인 정부의 대변인이 시세 차익을 기대한 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김 대변인은 이같은 논란 직후 “30년간 전세로 살아왔으며 퇴직 이후 관사를 나가면 살 집”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대변인의 해명 이후 오히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관사에 살면서 종잣돈을 마련해 투기에 나섰다는 비판 여론이 확산됐고, 여권에서까지 김 대변인의 거취에 우려의 입장을 전달하며 김 대변인은 결국 논란 하루만인 이날 대변인직을 내려놓았다.
김 대변인은 “어제 여러분들 앞에서 해명을 하면서도 착잡했다. 여러분의 눈동자에 비치는 의아함과 석연찮음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다 좋은데, 기자생활을 30년 가까이 한 사람이 이런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던 거야?’ 그런 의문일 것”이라며 “너무 구차한 변명이어서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떠나는 마당이니 털어놓고 가겠다. ‘네, 몰랐다.’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다. 제가 알았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또한 다 제 탓이다. 내 집 마련에 대한 남편의 무능과 게으름, 그리고 집 살 절호의 기회에 매번 반복되는 ‘결정 장애’에 아내가 질려있었던 것이다. 궁금한 점이 조금은 풀렸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겨레 신문에서 30년간 기자 생활을 한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 초기부터 대변인으로 거론돼왔던 인물로 김 대변인이 이를 고사해오며, 초대 대변인인 박수현 전 대변인이 충남도지사 선거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한 이후 지난해 2월 문 정부의 두번째 대변인으로 임명됐다. 청와대는 당시 김 대변인 인선 배경으로 “무엇보다 ‘글 잘 쓰는 언론인’으로 정평이 나있다”며 “남북 관계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메시지로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고 밝혔다.
실제 남북관계가 급진전하던 지난해 3월 김 대변인이 북한의 비핵화 방식에 대해 “복잡하게 꼬인 매듭을 하나씩 푸는 게 아니라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 나머지 문제를 자동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되지 않겠는가”는 논평은 북한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언급하며 인용할 만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대변인은 대변인직을 내려놓으면서도 출입기자들에게 “국내 정치적인 문제는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리기에 타협하고 절충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는 다르다. 민족의 명운이 걸려있고, 우리가 사는 터전의 평화 번영과 직결돼 있다”며 “자칫 어그러질 경우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겁이 난다. 너와 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기사를 작성하면서 한번만 더 생각하고 써주길 바란다”는 당부를 남기기도 했다.
한편 김 대변인의 전격적인 사퇴는 문 정부 2기 내각 후보자에 대해 야당이 전원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등 공세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주 진행된 인사 청문회에서 후보자들의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등 갖가지 의혹이 불거지면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26~28일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취임 후 최저치인 43%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