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여당은 종교인들이 겪는 과세 불이익을 고려해 퇴직금 과세 규정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차원이란 입장이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종교인에게 유례 없는 세금 특혜를 준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 종교인 과세 완화 소득세법 개정 추진
26일 국회,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오는 28일 조세소위원회를 열고 기재부와 함께 소득세법 개정안(대표발의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회 기재위 관계자는 “여야 이견이 없어서 이날 소위를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법안에는 정성호 기재위원장을 비롯해 민주당 김정우·강병원·유승희·윤후덕, 자유한국당 김광림·권성동·이종구·추경호, 민주평화당 유성엽 등 의원 10명이 발의자로 참여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르면 연내에 공포일로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은 퇴직소득 관련 소득세법(22조)에 ‘종교인 퇴직소득’ 항목을 신설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현재는 종교인과 비종교인이 퇴직 시 받은 일시금에 원천징수 방식으로 퇴직소득세가 자동으로 부과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소득세가 부과되는 종교인 퇴직소득 범위가 축소된다. 과세대상이 해당 과세기간에 발생한 소득에 ‘2018년 1월1일 이후의 근무기간을 전체 근무기간으로 나눈 비율’을 곱한 금액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2018년 1월 1일은 종교인 소득에도 세금을 부과하도록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시행한 날이다.
예를 들면 A 목사가 작년 말까지 10년간 근무한 뒤 10억원을 퇴직금으로 받았을 경우, 현재는 10억원 전체를 퇴직소득으로 보고 소득세를 부과한다.
이 개정안이 처리되면 ‘2018년 1월 이후 근무기간(1년)에 전체 근무기간(10년)을 나눈 비율’을 곱하게 돼 10분의1 수준으로 과세 범위가 줄어든다. 만약 20년을 근무했다면 20분의 1, 30년을 근무했다면 30분의 1로 과세 범위가 축소된다.
만약 2018년 1월 1일~개정안 시행일 기간 중에 퇴직해 퇴직소득세가 원천징수됐다면, 초과납부한 세금을 환급받을 수도 있다. 다만 A 목사가 2018년 1월 이후 2년을 근무했다면 2/10로 세 부담이 늘어난다.
정성호 위원장은 “종교인 과세 시행일 이전의 퇴직금에도 소득세를 소급해 적용하는 것은 종교인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과세 형평성에도 어긋나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이번 개정안은 종교인 불이익을 줄여 종교인 과세를 안착시키기 위한 조치다. 시간이 지난 뒤에 종교인들과 일반인들의 퇴직금 기준을 맞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해당 법안은 종교인 과세가 2018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퇴직소득세도 2018년 시점을 반영해 과세하는 취지”라며 “퇴직한 종교인들이 현행 과세로 퇴직소득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한 조치”라고 말했다.
◇“전세계서 유일한 종교인 퇴직소득 특혜”
하지만 특혜 논란을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종교인에 대해서는 소득세 부과를 유예해 오다 뒤늦게 과세대상에 포함하고도 그동안 과세 대상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퇴직금에 대해 소득세를 감면하는 것은 국민들의 눈높이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미 퇴직소득세를 낸 종교인에 대해서 세금을 환급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퇴직금에 대해서 소득세가 자동적으로 원천징수 되는 직장인들 입장에선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게다가 현재 개정안대로라면 ‘자발적’으로 소득세를 납부해온 천주교 등 다른 종교인들은 퇴직금에 대해서도 소득세를 납부해 왔다는 점에서 종교인 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종교인 과세 유예에 이어 종교인퇴직소득 특혜까지 부여하는 나라는 한국이 전세계에서 유일하다”며 “직장인을 비롯해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을 깨는 잘못된 입법이다. 종교인 표를 고려해 공청회, 토론회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의원 입법으로 일방적으로 추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