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학생들 "하일지 교수 성폭력 문제 해결하라" 교내 집회

손의연 기자I 2018.09.19 14:55:12

19일 동덕여대 학생들 본관 앞 집회
"학교가 하교수 문제 손 놓고 있다" 지적
"학교는 학생 목소리에 응답하라" 촉구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본관 앞에서 H교수 성폭력 비상대책위가 ‘권력형 성폭력 문제 해결 촉구를 위한 동덕인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의연기자)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동덕여대 H교수 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19일 오후 동덕여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일지 교수 성폭력 사건에 대한 학교의 우유부단한 태도가 피해자뿐만 아니라 학우들까지 좌절시키고 있다”며 “학내 구성원의 인권 보호를 위해 학교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동덕여대 학생 676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평소 학내에서 교·강사로부터 인권침해적 발언을 들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변이 31.1%, ‘간접적으로 목격했다’는 답변이 46.3%로 나타났다.

또 교내에서 인권이 얼마나 존중되는지 묻는 말에 답변자의 78.3%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이유를 묻는 설문에는 답변자의 81.9%가 ‘학내 인권 제도 부실 및 관련 규정 부재’를 꼽았다.

이들은 교내 인권 문제에 나쁜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학교가 하 교수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종화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은 “사건 발생 후 5개월 동안 학교는 국가기관에 수사권이 넘어가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하일지 교수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며 “학교가 실질적으로 하 교수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정윤 문예창작과 회장은 “아직 학교 홈페이지에는 하 교수의 사진이 있고 연구실에는 그의 명패가 있다”며 “학교는 우리에게 그를 잊으라 하지만 그는 아직도 재직교수로 남아 있는 기울어진 권력구도로 방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학내에서 하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퍼지고 있지만 학교는 섣부른 판단이 어렵다며 책임을 회피한다”며 “하 교수 사건에 대한 학교의 공식적인 입장 발표와 학내 구성원을 지킬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지난 3월 교내 ‘소설이란 무엇인가’ 수업에서 안희정(53)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인 김지은(33)씨에 대한 2차 가해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데 이어 재학생 A씨가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며 논란이 커졌다.

A씨는 올해 4월 20일 하 교수의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인권위법 34조’에 따라 하 교수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서울북부지검 조사과는 지난 7월 22일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박기종)의 지휘를 받아 하 교수 사건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하 교수는 “사법질서를 무시한 채 뒤에 숨어 한 개인을 인격 살해하는 인민재판이 용납돼서는 안 된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며 지난 4월 A씨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협박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경찰은 하 교수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학생에 대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본관 앞에서 H교수 성폭력 비상대책위가 ‘권력형 성폭력 문제 해결 촉구를 위한 동덕인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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