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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국방비로 'GDP 3.5%' 약속했지만…"정작 돈 낼 나라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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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07.06 14:45:49

무임승차 압박한 트럼프…오는 7~8일 앙카라서 담판
국가별 입장차 뚜렷…대부분 약속만, 영·프도 미달
폴란드·발트 3국 등 러시아 인접국은 충실 이행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럽이 국방비를 대폭 늘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돈을 낼 나라가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대다수 국가 국민들이 더 강한 군대를 원하면서도 그 비용은 떠안으려 하지 않아서다.

7~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반(反)나토 시위 참가자들이 5일 이스탄불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집으로 돌아가라”며 반발하고 있다. 나토 정상회의에는 미국 등 32개국 정상이 참석한다. (사진=AFP)
7~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반(反)나토 시위 참가자들이 5일 이스탄불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집으로 돌아가라”며 반발하고 있다. 나토 정상회의에는 미국 등 32개국 정상이 참석한다. (사진=AFP)
5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을 제외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평균 국방비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2.3%에 그쳤다. 당초 유럽 회원국들은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 대비 3.5%로 끌어올리기로 지난해 약속했다. 안보 인프라 명목의 1.5%까지 더하면 사실상 5%가 목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나토에서 미국이 탈퇴할 수도 있다며 국방비 증액을 압박한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유럽 회원국들이 미국의 안보 우산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에도 소셜미디어에 미 국방비가 여러 나토 회원국을 압도하는 도표를 게재하며 “미국이 이런 일방적인 길을 계속 가는 건 터무니없다”고 적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영국·프랑스를 비롯한 상당수 국가가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궤도에 있다”며 “이는 7~8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격한 논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국방비를 늘리려면 국채를 더 찍거나 세금을 올리거나 복지를 줄여야 한다. 어느 쪽도 나토 회원국 국민들 입장에선 달갑지 않다는 게 문제다. 실제로 최근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수천명이 ‘전쟁이 아니라 복지’라는 구호를 내걸고 행진했고, 이탈리아에서도 지난해 노동조합이 국방비 증액에 반대해 50만명을 거리로 불러냈다.

각국의 처지는 크게 셋으로 갈린다. 먼저 러시아 위협을 가장 크게 느끼는 발트 3국과 폴란드는 목표를 이미 채웠거나 근접했다. 리투아니아는 세금을 올리고 ‘안보 분담금’이라는 새 세금까지 만들었고, 핀란드는 의료·복지 지출을 줄였다. 국가부채가 적어 빚을 낼 여력이 있는 독일·덴마크·스웨덴도 형편이 낫다. 독일은 2030년까지 3.7%를 목표로 잡았다.

반면 핵보유국인 영국과 프랑스는 ‘고전하는 그룹’에 속한다. 영국에선 지난달 존 힐리 국방장관이 쥐꼬리만 한 예산 증액에 반발해 사퇴했다. 재무부는 그의 요구가 사실상 “학교와 병원 예산을 깎으라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진통 끝에 2030년까지 GDP 대비 0.1%포인트를 더 늘려 2.7%로 정했지만, 2035년 3.5% 달성은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프랑스는 더 뒤처져 2030년 목표가 2.5%에 그친다.

아예 ‘무임승차’에 가까운 나라도 있다. 스페인은 2.1%로 상한을 두는 예외를 인정받았고, 포르투갈은 목표를 약속만 했을 뿐 사실상 노력하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국방비를 39% 늘려 2%를 채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증가분은 7%에 그쳤고 나머지는 회계상 눈속임이었다.

목표 미달만이 문제가 아니다. 각국이 자국 방위산업을 챙기느라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쓰고 있는 것도 도마에 올랐다. 유럽은 전차를 12종, 곡사포를 5종이나 운용해 각각 1종인 미국과 대비된다.

독일은 최근 비용이 180억유로(약 31조 5000억원)로 불어난 100억유로(약 17조 5000억원) 규모 함정 건조 사업을 취소했는데, 이미 해군이 넘겨받지도 못할 호위함에 23억유로(약 4조원)를 날린 뒤였다.

이코노미스트는 “애초에 3.5%라는 목표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을 붙잡아 두기 위한 것이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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