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넷플릭스가 이번 인수를 통해 방대한 콘텐츠 라이브러리와 극장 개봉 역량을 확보하고, 유튜브와의 시청 시간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케이블 이탈 고객 흡수하고 유튜브에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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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수로 넷플릭스는 케이블 TV를 떠나는 시청자들을 더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게 됐다. 워너의 HBO 맥스 구독자 기반도 함께 확보하면서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릴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최근 미국 시청 시간 점유율에서 유튜브에 밀리고 있다. 구글 소유의 유튜브는 인플루언서 제작 영상부터 비디오 팟캐스트, 스포츠 클립 등 방대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한때 방송과 케이블 TV에서 고객을 빼앗아온 넷플릭스가 이제는 유튜브에 시청 시간을 내주는 형국이다. 워너 인수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대폭 확장하면서 시청자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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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이번 인수로 워너의 방대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확보할 전망이다. ‘카사블랑카’, ‘쇼생크 탈출’ 같은 영화 고전부터 배트맨, 루니 툰즈 같은 프랜차이즈가 포함된다.
TV 시리즈 부문에서도 ‘빅뱅 이론’, ‘프렌즈’, ‘화이트 로터스’ 같은 검증된 인기작을 확보한다. 이는 ‘기묘한 이야기’, ‘브리저튼’ 등 자체 제작 콘텐츠 중심이던 넷플릭스의 포트폴리오를 크게 다각화한다.
워너는 지난 6월 회사를 둘로 나누는 분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CNN과 HGTV 같은 케이블 네트워크는 한 회사로, TV·영화 스튜디오와 게임 사업, HBO 맥스는 다른 회사로 분리된다. 넷플릭스는 스튜디오와 HBO 자산을 인수하게 되며, 거래는 분할 완료 후 마무리될 예정이다.
워너는 올해 잭 블랙 주연의 ‘마인크래프트 더 무비’ 등 여러 흥행작을 극장에 개봉했다. 넷플릭스는 워너의 주요 영화를 극장에서 개봉하는 관행을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대부분의 영화를 스트리밍으로 바로 공개해왔다. ‘나이브스 아웃’ 시리즈나 ‘프랑켄슈타인’ 같은 오스카 후보작 등 일부 작품만 극장 개봉했을 뿐이다. 워너 인수로 극장 개봉 영화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박스오피스 시장 영향력도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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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합병 직후에는 HBO 맥스를 별도 서비스로 유지할 계획이다. 소비자들은 당분간 두 서비스에 각각 요금을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넷플릭스 최고가 요금제는 월 24.99달러(약 3만6700원)다. 지난 몇 년간 광고 지원 요금제를 도입했으며, 최저가 광고 요금제는 월 7.99달러다. HBO 맥스도 가격을 인상하고 광고를 도입했다. 광고 지원 기본 요금제는 월 10.99달러, 광고 없는 프리미엄 요금제는 월 22.99달러다.
다만 향후 두 서비스를 결합한 번들 상품이나 새로운 요금제가 나올 가능성은 있다. 워너브라더스 콘텐츠를 넷플릭스 서비스에 얼마나 통합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스트리밍 업체들은 신규 프로그램 제작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구독자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가격을 인상해왔다. 소비자들이 너무 많은 선택지에 혼란을 겪는 상황에서, 이번 합병은 새로운 번들과 요금제 시대의 시작을 알릴 수 있다.
총력전 끝에 낙찰…규제 심사 관문 남아
넷플릭스는 추수감사절 연휴를 활용한 집중 작업으로 경쟁사들을 제치고 최종 낙찰됐다. 워너브라더스는 연휴 직후 월요일(12월 1일)을 최종 입찰 마감일로 정했고, 넷플릭스는 구속력 있는 제안서와 590억달러 규모의 브리지론(단기 차입금)을 완성했다.
입찰에는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와 컴캐스트도 참여했다. 파라마운트는 위약금을 50억달러로 두 배 이상 올리는 등 공격적인 제안을 내놨다. 컴캐스트는 자사의 NBC유니버설 부문을 워너브라더스와 합병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워너브라더스는 넷플릭스의 제안이 가장 우수하고 핵심 조건에서 유연하다고 판단했다. 파라마운트는 지난 3일 워너브라더스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매각 절차가 “오염됐다”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거래가 규제 당국의 엄격한 심사를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넷플릭스는 규제 문제로 거래가 무산될 경우 워너브라더스에 58억달러의 위약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최고경영자)는 투자자 컨퍼런스콜에서 “우리는 그동안 인수자가 아닌 구축자로 알려져 왔기 때문에 이번 인수에 여러분이 놀란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렉 피터스 공동 CEO는 “대규모 M&A(인수합병)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많은 어려운 일을 해냈다”며 “힘든 작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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