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튀르키예 근해 급습…“푸틴, 에르도안 결의 시험”

김영은 기자I 2023.08.17 17:30:22

러, 이스탄불 근처서 공격…튀르키예 ‘묵묵부답’
전문가 "흑해곡물협정 복귀 설득 위한 침묵인 듯"
“에르도안, 러-서방 균형 유지 중재자 역할 원해”

[이데일리 김영은 기자] 러시아 해군이 튀르키예 연안에서 팔라우 국적의 선박을 급습한 것과 관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결의를 시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튀르키예 인근을 공격한 뒤 에르도안 대통령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는 것이다. 튀르키예는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소속 국가이면서도 러시아와 정치·경제적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만큼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아시아 교류 및 신뢰 구축 회의(CICA)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 AFP)


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시간) “러시아 무장 해군이 지난 13일 튀르키예 북서쪽 해안에서 약 60㎞ 떨어진 이스탄불 근처 (팔라우 국적) 선박을 급습했다”며 “현재 나토의 제 2군대인 튀르키예는 흑해에서 이 같은 사건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튀르키예 국방부 관계자는 “관련 사건을 조사 중”이라는 답변만 내놓은 상태다.

튀르키예가 1936년 체결된 몽트뢰 협약에 따라 흑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해협(보스포러스 해협·다르다넬스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러시아의 공격에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게 로이터의 지적이다. 러시아는 흑해를 지나다니는 선박을 ‘군용화물선’으로 간주한다는 방침에 따라 검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호 관계를 유지하려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결의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컨설팅업체 보스포러스 옵서버의 요루크 이식 지적학 전문가는 “이스탄불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서 행사된 전례 없는 공격이며 튀르키예의 전반적인 (해양 통제)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행위”라며 “튀르키예의 침묵은 이상하다. 여전히 푸틴의 튀르키예 방문을 유도해 (푸틴이) 곡물거래로 돌아가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튀르키예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국제사회는 두 정상의 만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상대로 흑해곡물협정 복귀와 관련해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여서다. 튀르키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작년 7월 유엔과 함깨 중재에 나서 흑해곡물협정을 이끌어냈다.

로이터는 “최근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위한 대체 경로를 추진하고 있지만, 러시아와 관계가 나쁘지 않은 튀르키예만이 조용히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며 “이는 서방과 러시아의 양보를 이끌어내 유엔(UN) 및 튀르키예의 감독 하에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재개하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복귀를 주도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미 싱크탱크 카네기 국제평화기금의 루슬란 술래이마노프 외교연구원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도움을 잊지 않고 나토 등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섬세한 균형 조치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라고 진단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올해 대선 기간 동안 러시아로부터 200억달러 가스 사용료 지불 유예 등의 혜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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