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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LCC업계 1위 제주항공은 지난해 3172억원의 영업손실(적자)을 기록했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19년부터 매년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에도 77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나머지 8개(에어로케이·에어부산·에어서울·에어프레미아·이스타항공·진에어·플라이강원·티웨이항공) LCC들도 제주항공과 상황이 마찬가지로 적자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LCC들의 적자행진 이유로는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여객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 컸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우려로 지적됐던 과당경쟁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6개 LCC(에어부산·에어서울·이스타항공·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들의 국내선 연간 공급좌석은 총 2097만8561석으로 국내선 여객 1928만3288명을 크게 웃돌았다. 비행기 좌석 100개 중 8개는 비어 있는 채로 운항됐다는 것으로 그만큼 공급이 과잉이었다는 의미다. 이후 국제 유가 하락과 지방 경제활성화를 앞세운 각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쟁적인 지방공항 유치 등의 영향으로 2019년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가 신규 면허를 받으면서 LCC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LCC시장의 면밀한 분석·수요 조사와 더불어 산업 성숙도 등을 고려한 속도조절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LCC를 둘러싼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항공시장 분석기관 CAPA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국내 LCC 개수는 총 9개로 미국(8개)보다 많다. 미국의 인구수는 3억3480만명으로 우리나라(5163만명)의 약 6.5배에 달한다. 영토 규모도 우리나라 면적 대비 100배나 크다. 국내 LCC개수는 인도(7개)와 캐나다(6개), 영국(5개), 일본(4개)보다도 많다. 국내 LCC시장이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의미다.
LCC들은 이달 말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과 공항시설이용료 감면 혜택 종료 및 고유가·환율도 큰 부담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LCC들이 과거 미국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2000년대 중반 11개사에 달했던 LCC들이 공급 과잉에 따른 출혈 경쟁으로 수익 악화를 거듭하면서 현재 8개로 재편됐다.황용식 세종대 교수는 “국내 LCC개수는 운항 여건 등에 비해 많은 편으로 더 많아지면 안된다”라며 “3개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엔데믹이 본격화하면 LCC들의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며 “LCC들은 살아남기 위해 자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