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조선일보 간부가 고(故) 장자연씨 사망 사건 수사 과정에서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전직 경찰의 증언이 나왔다.
최원일 전 경기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은 10일 서울 서부지법에서 열린 조선일보-MBC 정정보도·손해배상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조 전 청장이 당하지 않은 것을 당했다고 얘기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조선일보 외압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했다.
최 전 과장은 고 장자연씨 사망 직후 경기지방경찰청 형사과장으로 근무하며 사건을 총괄 지휘했다. 최 전 과장은 조 전 청장에게 회의결과를 포함한 수사의 모든 진행 상황을 보고했던 인물이다.
◇왜 10년 뒤 폭로?…조 전 청장 “쪽팔려서”
최 전 과장에 따르면 조현오 전 청장이 장자연 사건 이후 10여년이 지나고서야 조선일보의 외압 관련 진술을 한 이유는 ‘창피해서’였다. 최 전 과장은 “작년 7월 과거사위원회 조사에 응한 직후, 조 전 청장에게 압력받은 사실이 있는지 물어봤다”며 “그제서야 조 전 청장은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정권 퇴출’ 발언을 하며 협박을 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최 전 과장은 “왜 당시에 말하지 않았냐고 묻자 조 전 청장은 ‘창피하고 쪽팔려서’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5월 조 전 청장은 증인 신분으로 재판에 참석해 조선일보의 외압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당시 조 전 청장은 “당시 이모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집무실로 찾아왔다”며 “이 부장은 ‘우리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할 수도 있고 퇴출시킬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조선일보와 붙자는 거냐’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날 최 전 과장도 “조 전 청장이 당하지 않은 것을 당했다고 얘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사회부장, 방 사장 조사 편의 요청”
또한 최 전 과장은 조선일보 측의 요구가 없었다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에 대한 수사가 원칙대로 진행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 전 청장이 장자연 사건 관련을 수시로 보고받을 수 있는 상황에도, 굳이 경비전화로 방 사장 조사 장소에 대해 편의를 봐주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한 건 이례적이다”고 말했다.
최 전 과장은 당시 경찰이 사건 주요 관련자인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에게 출석을 요구하자 이 부장이 나서 출석 조사를 막았다고 진술했다. 결과적으로 경찰은 조선일보 사옥으로 직접 찾아가 방 사장을 조사했다.
최 전 과장은 “경찰서에서 조사받는 게 원칙이라며 거절했지만 이후 조 전 청장으로부터 (방 사장) 편의를 봐주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부장이 (방 사장을) 경찰서가 아닌 곳에서 조사받게 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았으면, 경찰이 조선일보 사옥까지 가서 조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이 부장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