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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한은의 움직임은 지난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적 마일리지 활용 실태에 대해 지적했기 때문이다. 한 의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직원들의 퇴직으로 소멸된 한은의 공적 항공마일리지는 1661만7530점에 달했다. 이는 △제주도 1661회 △일본·중국 553회 △북미·유럽을 237회 왕복할 수 있는 포인트다.
한 의원은 “항공마일리지가 개인별로 적립된다지만 엄연히 한은 예산으로 조성된 공공 자산”이라며 “항공마일리지로 항공권 구매나 좌석 상향 등을 했다면 그만큼 예산 절감 효과를 거뒀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적 항공마일리지는 유효 기간 10년이 지나면 소멸하고, 퇴직 시에는 개인에게 귀속된다.
한은 국감에 앞서 공적 항공마일리지 논란이 다시금 불거진 것은 기재위 소관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공적 항공마일리지 1256만점을 사유화했다는 지적이 지난 11일에 제기된 탓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한국투자공사·한국조폐공사·한국재정정보원·한국원산지정보원 5개 기관 퇴직자 433명은 공적 항공마일리지 1256만4148점을 사유화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과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를 비롯한 대부분 공공기관은 공적 마일리지 관리와 관련해 2021년부터 개정·시행하고 있는 ‘공공기관 혁신지침’을 따르고 있다. 해당 지침은 ‘5년 이내 정년퇴직 예정이나 10만마일 이상 보유자’를 별도 관리해 마일리지를 활용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한은은 2017년 자체감사를 통해 공적 항공마일리지가 사장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관리 절차를 개선하기도 했다. 항공권 구매 전 마일리지 사용이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절차와 출장 뒤 마일리지를 제대로 등록했는지 확인하는 절차 등이 당시에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침대로 마일리지를 항공권 구매나 좌석 상향에 쓰는 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평가다. 항공사에서 구매 가능한 좌석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한 한은 관계자는 “출장 날짜의 항공권이나 좌석 상향 조정은 항공사 측 여건에 따라 가변적이기 때문에 마일리지를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관이 아닌 개인을 기본으로 마일리지가 적립되다보니 활용이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한 기재부 관계자도 “마일리지 규모가 크면 다음 출장 때 사용할 수 있는 규모가 되는데, 특정 부서를 제외하곤 자투리 마일리지만 있어 독립적으로 못 쓰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기부 활성화 방안이 제안됐다. 한 의원은 한은 국감에서 “전북도는 소멸 예정인 49만8000마일리지로 여러 물품을 구매해 영유아 주거시설, 장애인 복지시설에 기부했고, 경찰청도 사회복지기관에 1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기부했다”고 전했다.
실제 몇몇 기관들은 지침을 넘어선 규정이 마련돼 있다. 인사혁신처 등은 ‘공적 항공마일리지 관리 및 활용 기준’에 기관장이 인정한 공익 목적으로 공적 항공마일리지를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전북도와 경찰청뿐 아니라 인사혁신처와 행안부도 유효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정년퇴직을 앞둔 직원의 마일리지로 물품을 구매해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