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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단식 후 돌아온 손학규…산 넘어오니 다시 산

김미영 기자I 2018.12.17 17:29:32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17일 최고위 주재로 복귀
“민주·한국당, 연동형 비례제에 다른 목소리 우려”
이학재 탈당 따른 내부단속, 당내 과제로 “절 싫어 떠나도 이부자리 놓고 가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며 열흘간 단식 농성을 벌여 여야5당의 합의를 이끌어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몸을 추스를 새도 없이 일상으로 복귀했다. 손 대표는 15일 여야5당 원내대표의 선거제 개편 합의 후 고작 이틀 병원신세를 진 뒤 일어섰다. 하지만 그가 17일 국회로 돌아와 부딪힌 건 밖으로는 선거제 개편 방향을 둘러싼 정당간 기싸움, 안으로는 이학재 의원의 탈당 예고였다. 곡기를 끊으며 큰 산을 넘었으나 또다른 산과 마주한 형국이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많은 분들이 걱정하셨는데 저는 괜찮다”며 “오랜 단식으로 간과 콩팥에서 요산이 조금 나왔다고 하지만 대체적으로 양호한 편이라 조심하면 회복될 것”이라고 건재함을 보였다.

곧바로 그가 언급한 건 여야의 선거게 개편 합의 후 불거진 입장차였다. 그는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과 의원정수 10%이내 확대방안에 대해 정치개혁특위 합의를 따르기로 합의했다”고 평한 뒤, “벌써부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일부에서 합의문과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에선 김종민 정개특위 간사가 1월 중 선거법 개정안 처리에 난색으로 표하고, 한국당에선 나경원 원내대표가 나서 “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기정사실화는 명백한 사실 호도로 ‘검토’의 합의일 뿐”이라고 일축하는 데 대한 비판이다.

손 대표는 민주당과 한국당을 각각 겨냥해 “문재인 대통령이 지지한 합의였다” “연동형 비례제 합의가 아닌 검토라는 건 정정당당하지 못하다”라고 일갈한 뒤 “국민들에게 신의의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연동형 비례제가 내년 1월 최종적으로 도입돼 합의제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야 합의 후에도 험로에 놓인 선거제 개편 문제가 당 바깥의 과제라면, 이학재 의원이 18일 탈당 및 한국당 복당을 뜻을 밝힌 데 따른 내부단속은 손 대표에 안겨진 당내 숙제다. 이 의원의 탈당은 15일 한국당이 현역 의원 21명을 당협위원장에서 배제키로 하고 새 당협위원장 공모 절차에 착수한 뒤 이뤄지는 ‘1호 탈당’이다.

문제는 이 의원의 탈당이 ‘탈당 도미노’로 이어질지 여부다. 다만 추가 탈당설이 나왔던 이혜훈 의원 등은 아직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손 대표는 “당대표에 취임해서 포용적으로 모든 사람을 안고 가려고 했지만, 나이 든 사람이 설득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기강을 잡아야 할 건 잡아야 한다”고 강경한 태도로 대응했다. 그러면서 이학재 의원이 바른미래당 몫으로 배정받은 국회 정보위원장직을 내려놓지 않은 채 한국당 복당을 감행하려는 데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지만 절에서 덮으라고 주는 이부자리까지 갖고 가는 경우는 없다”고 경고했다.

바른미래당 한 관계자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의원의 상임위원장직 문제가 거론되자 김관영 원내대표가 설득해보기로 정리했다”면서 “이 의원이 정치적 상도의가 없지만, 강제로 뺏을 방법이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손 대표의 한 측근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관철하려는 노력은 물론, 손 대표가 내부적으로 호시탐탐 나갈 생각을 하는 의원에 기강을 잡고 당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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