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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연체채권 팔아도 '고객보호' 책임남는다…불법추심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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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빈 기자I 2026.02.26 10:00:00

연체 후 원리금 일시 상환 요구 전 '채무조정' 안내해야
소멸시효 완성 시에만 연체채권 손비 처리 가능
주소 불명 채무자에게 허용되던 공시송달 제도 폐지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앞으로는 금융회사가 연체채권을 다른 금융사에 되팔더라도 불법 추심 등으로부터 채무자를 보호할 책임을 지게 된다. 금융당국은 연체 채권 매각 시에도 최초 대출을 해준 금융회사에 고객 보호 의무를 남겨두고, 빚의 ‘유통기한’인 소멸시효도 무분별하게 연장하지 않고 상환 가능성을 철저히 따지도록 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광진구 신용회복위원회 광진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개최한 포용적 금융 대전환 2차 회의에서 정부·유관기관, 각 금융업권별 협회, 연체채권 관리 관련 민간전문가 등과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연체자 보호와 신속한 재기 지원을 위한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방안’에 대해 논의했다.(사진=금융위원회 제공)
26일 금융위원회는 제2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공적인 연체채권 관리에 더해 민간의 채무조정 및 채무자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현재 부실 발생 이후 사후구제 중심 채무조정 지원 제도에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어려움에 처한 차주도 제도권 금융 내에서 재기와 극복이 가능할 수 있도록 선제적·예방적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고객과의 최접점에서 고객의 어려움을 가장 먼저 감지할 수 있는 금융회사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현재 금융권의 연체채권 관리 방식이 ‘회수 극대화’ 중심인 점을 문제 삼았다. 상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연체채권 회수 시도가 채무자의 고통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연체 초기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 활성화 △연체채권 매각규율 강화(원채권 금융회사의 고객보호책임 강화) △연체채권 소멸시효 기계적 연장 관행 개혁 등 세부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가장 먼저 금융사의 자체 채무조정 제도를 활성화한다. 연체 발생 후 통상 1개월이 지나면 채무자에게 ‘기한의 이익 상실’이 발생해 원리금을 일시에 상환해야 한다. 앞으로 금융회사는 원리금 일시 상환 요구 전 채무자에게 채무조정요청권이 있음을 안내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별 제각각 운영되던 채무조정 내부기준도 구체화하고 업권별 모범사례를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다. 아울러 금융회사별 채무조정 실적에 대한 사후평가시스템을 마련해 공시하고 은행권 포용금융 종합평가체계에도 반영한다.

반복되는 채권 매각으로 채무자가 불법추심 등 추가적인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원채권 금융기관의 고객 보호 책임도 대폭 강화된다. 채권을 양도한 금융회사는 양수인의 불법행위를 점검해야 하며, 이를 발견하는 즉시 감독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또 채권 재매각 관련 책임도 부여해 채권 재매각 가능 여부와 범위, 재매각 시 승계되는 채무자 보호 조건 등을 채권 매매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더불어 매각 추심업체의 자산규모나 민원 발생 빈도, 최근 5년간 법규위반 이력 등 추심업체 적정성 판단기준도 계약서에 제시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현행 개인 연체채권에 대한 감독체계 역시 ‘건전성’ 중심으로 이뤄져 채무자 보호를 놓친 측면이 있다며 연체채권 매각시 주요 내용을 감독당국에 보고하고 매각 내용 공시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기존에는 상각만으로도 연체채권을 ‘손실’ 처리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연체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돼야만 손실 비용 처리를 할 수 있다. 소멸시효란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상으로 일정 기간 추심 등 채권과 관련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그 빚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 자체가 사라지는 제도다.

다만 당국은 건전성 관리 부담을 감안해 은행·보험업권은 5000만원 이하 연체채권, 저축은행·상호금융·여전업권은 3000만원 이하 연체채권에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이 경우 전 금융업권이 보유한 연체채권의 약 90% 이상이 적용될 것으로 금융당국은 예측했다. 채무자 은닉 재산 발견 등 금융회사의 귀책 사유가 없다면 손비 인정 후에도 예외적인 소멸시효 연장을 허용한다.

금융회사 역시 채무자의 상환 가능성을 고려해 소멸시효를 연장하도록 시효 연장 절차의 문턱을 높인다. 앞으로 내부기준에 따라 소멸시효 연장 여부를 판단해야 하며, 소멸시효 완성 실적에 대한 사후평가 시스템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소송촉진특례법’에 따라 주소가 불분명한 채무자에게도 무분별하게 독촉절차(지급명령) 공시 송달이 허용되는 점을 문제로 보고 현행 특례제도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체채권 매각을 까다롭게 한 이번 조치에 따라 금융사 건전성 관리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회수가 어려운 채권의 관리절차를 종결하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건전성을 흔들 만한 방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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