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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구람 라잔의 경고…"공짜점심 끝낼 때, 韓 `재정부양+금리인상` 부적절"

이정훈 기자I 2022.02.22 18:16:00

[만났습니다]라구람 라잔 전 인도중앙은행(RBI) 총재 ①
"브레이크와 액셀레이터 함께 밟으면 차 엔진 망가져"
"선제 금리인상 적절…韓 소규모 개방경제라 유의해야"
"공짜점심 바라면 빈곤층만 부담…재정 포퓰리즘 끝내야"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한 쪽(재정정책)에서는 액셀레이터를 밟으면서 다른 한 쪽(통화정책)에선 브레이크를 밟는 건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자칫 자동차 엔진을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보편적인 형태의 재정부양책은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적절치 않습니다. 모두가 공짜점심을 바라면 그 부담은 결국 어려운 사람들에게 갈 수밖에 없습니다.”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


인도중앙은행(RBI) 총재와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냈던 세계적 석학인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는 20일 이데일리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최근 한국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 본 건 아니지만, IMF에 있을 때 한국 경제를 세밀하게 분석했던 경험이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재정 측면에서 부양기조를 이어가고 있고 대통령선거와 맞물려 포퓰리즘이라고 할 정도로 과도한 돈 풀기 공약이 난무하는 한편 한국은행은 작년 8월 이후 세 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그는 “액셀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건 그리 유용하거나 효과적이지 않으며, 자동차 엔진을 망가뜨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선별적으로 특정 피해계층이나 빈곤계층을 잘 타깃팅한 선별적인 재정지출 필요성까지 부정하진 않지만, 경기 부양 차원의 재정지출 확대라면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도 했다.

라잔 교수는 재정과 통화정책도 정상화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이젠 상황이 정상화되고 있으니 재정과 통화정책을 좀더 보수적으로 바꾸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며 “이번 코로나19 위기가 아직 끝난 게 아니니 향후 다시 올 수 있는 비상상황에 대응할 여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정상화하면서 `공짜점심(Free Lunch·언뜻 공짜처럼 보이지만 그 속엔 반드시 비용이 포함돼 있다는 뜻)`의 시대도 끝나가고 있다고 했다. 라잔 교수는 “모두가 공짜점심을 바라면 그 점심값의 청구서는 결국 감당하기 힘든 사람들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면서 “선진국과 달리, 사회적 합의가 잘 형성되지 않는 신흥국일수록 이런 교훈을 잘 새겨 포퓰리즘적 돈 풀기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처럼 유례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얻은 교훈은, 팬데믹과 같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과도한 돈 풀기를 하지 말라는 것이며 이는 결국 통제하기 힘든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면서 “또 하나는 통화부양정책이 과도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며 막대한 통화부양으로 자산가격을 지나치게 높이면 통화정책 정상화를 너무나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 모아서 무작위로 재정을 풀지 말아야 하며 비전통적인 수단까지 총동원해 통화부양을 쓰지도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잔 교수는 또 더불어민주당이 미국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을 벤치마킹해 도입하고자 하는 한국형 PPP와 관련해서도 “미국의 PPP는 제도 자체가 매우 많은 비용을 치르는 방식으로 설계됐고 도움이 필요한 곳보다는 대기업이나 은행 등에 주로 지원금이 갔다”면서 “만약 한국이 이를 벤치마킹하는 제도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매우 선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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