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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은총 기자] 건강상의 이유로 피고인인 전두환(87) 전 대통령이 불참한 상태로 진행된 재판에서 재판장이 전 전 대통령의 병세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호석 판사는 27일 오후 2시30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첫 번째 공판 기일을 열었다.
이날 김 판사는 “(전 전 대통령이)2013년 전후로 알츠하이머를 앓았다고 했는데 2017년 4월 회고록을 출간한 것은 모순이 아니냐”는 의문을 전 전 대통령 측에 제기했다.
이에 전 전 대통령 변호인 정주교 변호사는 “회고록은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2013년에 가족들이 (전 전 대통령의)이상 상태를 보고 병원을 찾아 검진을 통해 (알츠하이머를)확인했다”고 답했다.
이어 정 변호사는 “이후 병이 악화되서 회고록 출간을 미룰 수 없었고, 증세가 악화되기 전 급하게 출간하게 됐다”며 “기억 상실인 분이 어떻게 회고했는지 궁금하신 것 같은데 일부 내용은 그 전에 초고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회고록에는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故) 조비오 신부의 증언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라며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는 전 전 대통령의 원색적인 비난이 실려있다.
이에 오월단체와 조 신부의 유가족은 전 전 대통령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전 전 대통령이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검찰은 헬기 사격 목격자 진술과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주한미국대사관 비밀전문 등 객관적 자료를 통해 헬기 사격을 사실로 확인하고 전 전 대통령이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 전 전 대통령을 불구속기소했다.
하지만 출석을 앞둔 지난 26일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가 돌연 전 전 대통령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 정상적인 진술과 심리가 불가능하다며 재판에 참석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일었다.
이날 김 판사는 10분 만에 재판을 종료하고 오는 10월 1일 열리는 두 번째 공판 기일에 출석할 것을 전 전 대통령 측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