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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시흥캠퍼스 전면철회를 위한 학생대책위원회’(학대위) 소속 학생 40여명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관악구 본교 행정관 로비에서 벌인 철야농성을 풀고서 오후 3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차가운 땅바닥에 종일 앉아 있었지만 총장님은 우리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않은 채 유유히 지나칠 뿐이었다”며 “학교 측은 우리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학교 측은 지난 22일 경기 시흥시 및 배곧신도시 지역특성화 사업자인 한라와 함께 ‘2016년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을 위한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학대위는 이에 대해 학교 측이 학생들과 협의없이 밀실·졸속 협약을 맺은 데다 시흥캠퍼스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란 이유로 실시협약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학대위는 지난 26일 시흥캠퍼스 설립 반대 입장문을 학교 측에 전달하고 30일 낮 12시까지 답변을 요구했다. 학교 측이 시한을 넘기자 학생들은 성 총장 면담을 위해 행정관을 찾았지만 학교 관계자와 경찰들에 제지당하자 농성에 돌입했다. 학교 측은 이들이 농성을 시작하자 답변서를 보냈다.
이들은 학교 측 답변서가 “동문서답”이라고 일축했다. 이들은 “기획처장은 ‘대략적 내용은 총학생회와 공유했기 때문에 밀실체결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나 장기발전계획에서부터 학생들은 철저히 배제 당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는 대화협의회를 열어 사전협의하겠단 약속을 저버리고 실시협약을 체결했다”며 “학생 몰래 실시협약을 맺은 것이 밀실 체결이 아니란 뻔뻔함에 혀를 내두를 따름이다”고 꼬집었다.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조성과 운영에서 기업들이 상당 부분의 비용을 대면 학내 연구결과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며 “학문이 기업에 종속되는 것을 우려해 운영자금 계획을 물었으나 학교 측은 ‘시흥캠퍼스를 세워 산학협력 확대가 필요하다’는 엉뚱한 답변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외부업체 입점으로 인한 학내 물가 인상’과 ‘관악캠퍼스와 시흥캠퍼스를 오가는 교통 문제’ 등에 대한 질문에도 학교 측이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학대위 소속인 사회학과 4학년 김상연(22)씨는 “우리가 농성을 푼 것은 패배했기 때문이 아니다”며 “더 많은 인원을 모아 찾아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9월 1일 오후 5시 행정관 앞에서 교내 학생들과 함께 시흥캠퍼스 추진 규탄 시위를 벌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