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파면] 조기대선 국면전환
파면 60일 내에 대선...‘6월 3일’ 유력
與 정권 재창출 위해 ‘보수 재건’ 강조
野 “국민의 승리, 새로운 대한민국 재건”
[이데일리 박민 기자]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인용하면서 정국은 이제 조기 대선 국면을 맞게 됐다. 현행법상 차기 대통령을 선출할 조기 대선은 이날부터 60일 이내에 치러야 하는 만큼 선거일은 ‘6월 3일’이 유력시되고 있다. 정권 교체를 벼르는 야권과 정권 재창출을 호소하는 여권 잠룡간 숨가뿐 레이스가 예상된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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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잠룡들은 이날 윤 전 대통령 파면 선고에 대해 ‘헌재의 결정은 존중한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침통’과 ‘환영’ 등 엇갈린 분위기를 나타냈다.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힌 야권 잠룡들은 ‘민주주의와 국민의 승리했다’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자고 밝혔고, 여권 내 유력 주자들은 ‘고통’과 ‘참담’ 등을 언급하며 ‘보수 재건’을 강조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고통스럽더라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자유민주주의이고,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이라며 “함께 고통을 나누고 함께 극복하자”고 당부했다. 안철수 의원도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 파면된 현실은 참담하고 안타깝기 그지 없다”며 “책임있는 여당 중진의원의 한사람으로서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난국을 극복하고 우리 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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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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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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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전 의원은 “보수정권이 두 번째 탄핵으로 중단된 것에 대해 국민 앞에 통렬히 반성하고 사과한다”며 “보수 재건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모두 대통령 탄핵을 찬성한 잠룡들로서 이번 ‘12·3 비상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차기 정권 재창출을 위한 보수 결집을 당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권 내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홍준표 대구시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아직 이렇다 할 메시지를 내지 않은 상태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탄핵 반대 입장을 견지해온 대선 주자다.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큰 만큼 이번 결정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 한 관계자는 “여권 대선 주자들은 탄핵 각하나 기각을 기대하던 지지자들을 끌어안으면서도 중도 확장을 위해 탄핵 찬성파들도 포섭해야 하는 만큼 메시지를 내는 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특히 당장 대선 행보를 개시하는 것도 강성 보수 지지층에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 있어 당분간 조심스런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야권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사실상 대권 행보로 읽힐 수 있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작’을 강조했다.
여야를 통틀어 압도적 여론조사 1위로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로 꼽히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더 이상 헌정 파괴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치가 국민과 국가의 희망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 시작된다. 국민과 함께 대통합의 정신으로 무너진 민생, 평화, 경제,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파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의 대개조에 착수하자”고 제안했고,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다시는 민주공화국을 파괴하는 망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나라의 규범과 시스템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부겸 전 총리는 “이제는 분열의 시간을 극복하고 통합의 마당을 열어야 한다”며 “내전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대선 독주 체제가 공고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공직선거법 혐의 2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은 데다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대세론이 한층 굳혀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도 독주 채비를 갖췄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만큼 비명(非이재명)계 주자들이 당내에서 공간을 넓히긴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