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목숨걸고 北 귀순 병사 구했는데…軍 부실 대응 논란

김관용 기자I 2017.11.15 16:30:57

JSA 작전권 제약 내 최선의 조치 취했음에도
''왜 대응사격 안했냐'' 지적 일어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북한군 병사 1명이 공동경비구역(JSA) 내 초소를 통해 귀순한 사건이 우리 군의 부실 대응 논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우리 군과 유엔군사령부 등에 따르면 북한군 병사의 귀순 과정은 이렇다. 우선 13일 오후 3시 14분 경 우리 군의 폐쇄회로(CC)TV에 JSA 내 북한군 3명이 서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후 3시 15분 쯤 북한 초소 부근으로 군용 지프차량이 돌진하다가 배수로에 바퀴가 빠지면서 정차했다. 이 차량에 타고 있던 북한군 1명이 차에서 내려 군사분계선(MDL) 남쪽으로 도주했다. 이 과정에서 앞서 서쪽으로 이동한 북한군 3명과 초소에 있던 군인 1명이 도주 병사를 향해 40여발의 총격을 가했다.

해당 병사는 낙엽 사이에 쓰러져 우리 군 CCTV에 보였다 안보였다를 반복했다. 오후 3시 31분 경 열상감시장비(TOD)를 통해 해당 병사가 MDL 남측 50m 지점에 낙엽 사이에 쓰러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지역은 CCTV 사각지대다. 바로 우리 군 간부 3명이 포복으로 접근해 귀순 병사 신병을 확보해 헬기로 병원으로 후송했다. 귀순자는 흉부와 복부 등 5곳에 총상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병사의 귀순 과정에서 북한군이 쏜 40여발 가운데 일부는 MDL 남쪽 지역으로 넘어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건 발생 지점이 MDL에서 불과 10m 떨어져 있고 현장에는 MDL 관련 표식도 없어 남측 지역에 피탄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남측에 피탄이 확인될 경우 이는 정전협정 위반이다. 또 귀순자를 쫓아오던 북한군 추격조가 MDL을 넘어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북한군이 40여발을 쐈음에도 우리 군이 대응사격을 하지 않은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JSA 경비대대 소속 헌병들이 북측을 주시하고 있다. 파란색 건물은 유엔사 관할의 회담장으로 회담장 중간이 군사분계선(MDL)이다. 회담장 남쪽에 우리측 자유의 집이 위치하고 있는데, 이번 귀순자는 자유의 집 왼쪽편에 쓰러져 있었다. [한미연합사 제공]
하지만 이같은 문제점들은 상황이 종료되고 사건을 되돌아 보는 과정에서 파악된 것이다. 무장한 북한 군인들이 급히 움직이고, 이윽고 몇십초 동안 40여발의 총성이 울리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총성이 곧 그쳐 총알이 우리 군에 위해를 가하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무작정 대응사격에 나섰다면 어땠을까. 남북간 교전 등 군사적 충돌로까지 확대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송영무 장관이 국방위에서 “몇 초가 되지 않는 순간에 상황을 판단해 위기를 최소화했다”고 평가한 이유다.

특히 육군 중령인 JSA 대대장은 총격 이후 우리 측에 쓰러져 있는 북한군 병사를 구하기 위해 포복 자세로 접근했다. 우리 군 병력이 엄호하긴 했지만, 그의 움직임은 북한군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북한군이 다시 총격을 가할 수 있는 위기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목숨을 걸고 직접 해당 귀순 병사를 끌고 20여m를 내려왔다. 이후 부사관 2명이 더 나와 그를 도왔다.

비록 대응사격은 하지 않았지만 우리 군 JSA 전방 초소는 북한군의 증원병력 움직임을 감시하며 경계태세를 강화해 최악의 상황에 대비했다. JSA의 전 병력도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귀순 병사 구출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 공군의 전투기 편대가 해당 지역으로 급파됐다. 육군 포병 부대의 화력대기태세도 ‘A단계’로 격상됐다. 인근 육군 사단 병력도 무력 충돌 상황에 대비했다.

JSA 작전 지휘권 구조 상 우리 군이 즉각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JSA 경비 임무는 우리 군이 맡지만 작전권은 여전히 미군인 유엔사 경비대대에 있다. 이같은 제약 조건에서 위험을 최소화하고 귀순한 북한 병사를 구해낸 우리 군에 박수는 못쳐줄 망정 소극적 대응 운운하며 지적하는 건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북한군 1명 JSA 통해 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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